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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기락 기자·곽도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충남 서산시 대산항에 자동차부두 건설을 추진한다.
정부가 서산시에 자동차 연구특구 개발을 비롯해 민간 자동차부두 건설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서산이 한국 자동차의 전진기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22일 해양수산부와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대산항에 자동차부두를 짓기 위해 정부에 사업 건의를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사업계획까지 제출한 것은 아니고 자동차부두를 건설하겠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대산항 자동차부두 건설은 이완섭 서산시장의 공약이었다. 지난해 6.30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 시장은 2020년까지 315억원을 들여 3만DWT급 1선석(240m) 규모의 자동차부두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재화중량톤수를 말하는 DWT는 배에 얼마나 많이 실을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서산시는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안에 자동차 부두 민간·민자사업을 반영했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할 경우 민간자본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서산시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부두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용역회사가 하고 있고, 서산시가 정부에 요청한 국비 지원 여부는 연말께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산시에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서산시 바이오·웰빙·연구특구에 자동차 연구시설과 자율주행자동차 시험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서산오토밸리에는 현대차그룹 자동차부품 전문 생산업체인 현대위아의 자동차 부품공장이 들어선다.
기아차 모닝과 레이를 만드는 동희오토가 서산에 있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도 서산에 있다. 또 남양연구소, 충북 충주의 현대모비스 친환경부품공장, 진천의 현대모비스 전장부품공장, 경기 용인의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와 인접해 있다.
대산항에 자동차부두가 만들어질 경우 자동차 수출항으로서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 수출은 평택, 광양, 울산항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평택항과 대산항은 산업항으로 특화됐다.
평택항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항만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물동량 630만대 가운데 24%에 달하는 150만대를 처리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기아차 화성공장, 쌍용차 평택공장을 근처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서산시는 대산~당진간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당진항-대산항 인입철도를 계획하는 만큼, 향후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에는 평택항에 720억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한 번에 최대 8000대의 자동차를 싣는 5만t급 자동차운반선이 접안할 수 있는 자동차 전용부두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타당성 등을 조사 후 사업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자동차부두 건설 추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출 부두 전경<사진 = 현대차그룹> |
관련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대산항에 자동차부두를 건설하려는 것에 대해 그룹 및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와 해운 물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만 실어나르는 게 아니라 현대제철 등 계열사와 관련된 일감과 철광석 등 원재료 운송을 통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두, 즉 항만을 갖는다는 것은 전용 부두를 보유하는 것”이라며 “부두 운영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전용 부두로 시작하겠지만, 향후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외의 물량 운송을 맡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해소 차원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산항에서 벌크 등 운송이 가능해지면 컨테이너선 등을 댈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굳이 부산항까지 많은 운송비를 들여가며 운송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름은 자동차 부두지만, 물류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할 것이란 얘기다.
이 관계자는 단적으로, 부산신항이 생기고 나서 부산구항의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해운 물량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아산과 서산쪽 물량이 대산항의 기본 베이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근처에 군산항도 있고, (대산항이) 굳이 다른 항만의 물량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항만이 1급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점에서 국비 지원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그룹과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키우겠다는 의미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곽도흔 기자(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