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최근 저물가 논란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물건 구매 시 느끼는 체감물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런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의 괴리는 가격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은은 기조적 인플레이션 하락에는 일시적인 요인보다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한편 2016년 이후 적용될 물가안정목표 재설정과 관련 제시 방식 등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2015년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0.5%에서 하반기 1.2%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물가경로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방리스크가 컸던 상반기와 달리 향후 물가경로는 유가 요인 등이 해소돼 상·하방 리스크가 중립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올해 1월 4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글로벌 유가는 4월 이후 60달러대를 유지 중인데,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진다면 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적인 효과가 급하게 나타나 4분기에 물가상승률이 1%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 물가통계팀장은 "유가 하락 속도가 빨랐으니 물가 상승률도 급하게 오를 수 있다"며 "국제 유가 이벤트가 워낙 많고, 원재료 관련 제품 가격 등에 유가 영향 등은 시차를 두고 반영이 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저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요인도 분석됐다. 그 결과 일시적인 공급측 충격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인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기반 약화가 꼽혔다.
또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의 괴리가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요인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도 소개됐다.
소비자물가는 2012년 하반기 이후 1% 내외의 낮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소비자동향조사에 나타난 일반인의 물가인식은 올해 6월 현재 2.5%로 소비자물가 상승률(0.7%)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물가인식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7%포인트 정도 상회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분석한 결과 생활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신선식품지수도 소비자물가보다 상승률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독일 통계청처럼 품목별로 가격 상승과 하락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해 체감물가지수(IPI)를 산출한 결과 체감물가의 상승률이 일반인 물가인식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가격상승에는 민감하고 가격하락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가격인식의 비대칭적 성향에 크게 기인한다"며 "그 외 소비패턴의 차이로 개별 가구가 경험하는 실제물가 상승률과 공식물가 상승률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물가안정목표제 재설정..제시방식 바뀌나
한은은 곧 재설정될 물가안정목표제와 관련 해외 사례를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물가안정목표제는 국가별로 경제구조나 정책여건, 법과 관행 등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돼 있지만 물가목표 대상지표의 경우 모든 국가가 높은 인지도 등을 이유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수준은 대체로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은 2∼2.5% 수준을, 신흥시장국의 경우 이보다 다소 높은 3∼4% 수준이다.
특히 제시방식의 경우 '중심치±변동허용폭'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용 폭은 물가변동성 등을 고려해 대체로 ±1%포인트 또는 그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선호하는 이유는 정책목표를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정책운영의 신축성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목표범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 팀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라며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가안정목표제를 다른 방식으로 변경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경제여건 하에서 중앙은행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현재까지 제시된 운영체제 가운데 물가안정목표제가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최근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물가수준목표제와 명목GDP목표제는 저인플레이션과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에 비해 경기부양에 효과적이라는 이론적 강점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 운영체제는 커뮤니케이션에 적잖은 애로가 있으며,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라며 "특히 이들 대안체제가 현실에서 시행된 경험이 없어 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