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크고 작은 그리스 기업들이 엑소더스를 이루고 있다. 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실물경기 한파와 자본 규제 강화가 숨통을 조이자 기업 경영진들이 해외로 발길을 옮기는 움직임이다.
청년 실업률이 50%에 달하면서 ‘브레인 유출’이 본격화된 데 이어 기업들 역시 이탈하면서 그리스 실물경기가 더욱 깊은 침체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출처=블룸버그통신] |
해외 이전 상담을 원하는 투자 자문사와 비금융 부문의 기업 경영자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산을 해외로 옮기려고 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날로 늘어난다는 것이 필립 아메르만 대표의 얘기다.
그는 “개인 투자자부터 기업까지 해외 이전 움직임이 전례 없는 전염 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그리스 정부가 자본규제를 본격 시행하기 앞서 전문직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은 이미 해외로 발을 뺐다는 것이 주요 외신의 얘기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부정부패, 디폴트 리스크와 관료주의, 여기에 거시 경제 및 정책 불확실성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의 요거트 업체인 FAGE가 본사를 룩셈부르크로 옮겼고, 중공업 섹터의 비오할코는 브뤼쉘로 이전했다.
뿐만 아니라 주식 거래도 그리스 증시에서 런던 증시로 옮기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스 경제의 냉각 기류는 지표를 통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7월 제조업 지표가 30.2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규 주문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경기신뢰지수 역시 81.3을 기록해 약 3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제조업과 소매, 서비스, 건설 등 주요 부문의 경기신뢰가 동반 하락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올해 그리스 경제가 2~4%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채위기 문제가 본격화된 이후 투자자와 정책자들은 그리스의 부채 비율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올들어 실물경기 후퇴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5주 만에 문을 연 그리스 증시는 3일 장 초반 23% 폭락한 뒤 낙폭을 16%로 좁히며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사상 최대치에 해당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