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증시와 유로화의 동조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주가와 유로화가 올해 중반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신뢰가 투자자들 사이에 보다 강하게 자리잡은 결과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이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증시가 1% 오를 때 유로화가 달러화에 0.4% 가량 동반 상승했던 것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은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선호 심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투자자들의 ‘리스크-온’ 심리에 강세를 보였던 유로화가 올들어 상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안드레아스 코닉 외환 헤드는 “글로벌 주가와 유로화의 상관관계가 깨진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는 ECB의 양적완화(QE)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설명이다. 월 600억유로 규모의 QE로 인해 유로존의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졌고, 자금 조달 비용이 하락한 데 따라 유로화가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펀딩 통화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이 유로화 자금을 조달해 주식과 이머징마켓 통화를 포함한 위험자산을 매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심리가 냉각될 때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조달한 유로화 자금을 상환한다. 특히 고수익을 겨냥해 해외 증시에 베팅했던 유로존 투자자들이 자산을 현금화한다. 이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 유로화가 상승 탄력을 받게 된다.
아문디의 제임스 궉 외환 헤드는 “증시 상황이 악화될 때 유로화가 반사이익을 얻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채권국과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합의를 이룬 뒤로 유로화 매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리스크에 동조하는 유로화의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그리스를 포함해 글로벌 증시의 리스크 요인이 진정될 때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에 적극 나서면서 유로화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로저 할람 최고투자책임자는 “그리스는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한 발 밀려났다”며 “이제 증시의 최대 화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탈동조화”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