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지난 8일 토요일 밤 11시. 서울 홍대입구 역 인근에서 카카오택시 앱을 켜고 택시를 요청했다. 행선지는 고속터미널이다. 홍대입구에서 10km 내외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다. 기자가 택시를 기다리던 역 주변에는 이미 수십명의 사람들이 택시를 잡느라 난리법석이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작동시키고 목적지를 입력하자 택시 배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쉽게 잡히지 않았다. 2분여가 지나자 "택시가 없다"라는 문구가 떴다. 이미 길 주변에서 함께 기다리던 사람들은 택시를 잡았다. 일부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를 잡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함께 택시를 기다리던 동료는 '김포시'라고 목적지를 누르자마자 택시가 잡혔다. 장거리일 수록 더 빨리 잡혔다.
결국 15분이 지나서야 택시가 잡혔다. 택시 기사로 10년을 근무한 A(56)씨는 손님 골라태우기는 기사들의 수당이 걸린 문제인 만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택시 덕분에 고객과 택시를 좀 더 쉽게 연결할 수 있게 됐지만 돈을 벌어야하는 기사 입장에선 거리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택시 앱을 켜고 배차를 요청하면 근처의 택시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사진 = 이수호 기자> |
지난 3월 출시한 카카오택시는 기사 회원만 14만명, 누적 1000만콜(7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초반 흥행을 질주하고 있다. 수수료가 없는 무료 서비스라는 강점을 등에 업고 사실상 콜택시 시장을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의 적극적인 기사 확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기사들의 골라 태우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콜택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시행 초기에는 마케팅 강화를 위해 시 '콜 대기' 버튼만 눌러도 2000원을 지급했다"라며 "지금은 따로 쥐어주는 돈이 없지만 여전히 콜비를 따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사들에게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늦은 시간에 택시를 이용하는 여성들의 만족도도 높아 콜택시 이용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올라간 것도 장점이지만 일부 기사들의 손님 골라태우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루 뒤인 지난 9일 저녁, 이번에는 반대로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올라가는 방향의 택시를 불렀다. 전날과 달리 10초도 안돼 택시가 잡혔다. 호출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해당 기사와 전화가 연결됐다. 비교적 한산한 일요일 저녁이라는 점과 강북으로 올라가길 원하는 택시기사들의 수요가 고객보다 더 많았던 셈이다.
<사진 = 이수호 기자> |
기사들과 고객들의 접점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골라태우기'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은 셈이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기사들마다 니즈가 다르고, 일부 기사의 경우 단거리만 선호하는 경우도 있어 따로 인센티브 등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성 면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확실했다. 기사의 신상정보와 안심메시지, 이동경로 등이 표시돼 늦은 귀가를 하는 여성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 택시 문에 붙은 노란 광고가 든든해 보이기까지 했다. 불과 6개월만에 콜택시 업계를 집어삼킨 카카오택시. 과연 앞으로의 6개월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나갈 지 자못 궁금해진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이다.
7월말 기준 누적 콜수 1000만회, 기사 회원 14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택시 <사진제공 = 다음카카오> |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