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중국 중앙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달러/원 환율이 16원 가까이 치솟았다.
위안화의 추가 절하 가능성이 커 원화도 추가적인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달러 강세 심화 부담으로 미국의 9월 금리 인상론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인민은행은 11일 오전 10시 30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날(6.1162위안)보다 1.86% 높은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킨 것.
이 영향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5.9원 오른 1179.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는 연중 최고치이며, 지난 2012년 6월 5일 (1180.1원)이후 3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장중에는 숏커버 물량과 역내외 달러 매수세가 쏟아져 1180.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달러/위안 환율 추이 <출처=마켓워치> |
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위안화 기준환율과 시장환율의 괴리가 있었다. 최근 중국 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에 약세 압력이 있는데, 달러/위안 환율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 당국에서 받아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시장참여자들은 하반기 위안화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위안화 추가 절하가 점쳐지는만큼 원화 추가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달러/위안 환율은 전고점을 넘어선 6.4위안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특별인출권(SDR)편입 문제 등으로 수출이 급해진 상황"이라며 "과거에 비해 중국 통화정책의 부양효과가 둔화된 것 아닌가 싶다. 어떤 방식으로든 위안화 약세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달러/원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당국의 원화 약세 용인 스탠스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 약세는 수출 부진을 개선할 원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이날 급등장세에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확인됐지만 속도조절 차원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위안화의 공격적인 절하가 미국 9월 금리 인상론을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전쟁 이슈에 재차 불이 붙을 경우 나홀로 강세인 달러를 미 연준(Fed)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실제로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다"며 9월 인상론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내놨다.
위안화 절하가 심화될 경우 수출경쟁국인 일본도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원 1200원대를 바라보기 좀 더 편해졌다"며 "1180원대에서 상승세가 더뎌질 수 있고,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가중될 수 있지만 역외 매수세가 자극되고 있어 결국 어떤 방향이든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3% 추가 절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달러/위안 환율은 6.4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위안화가 약세로 가면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가게 되는데 이 부분이 미국 금리 인상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가 주춤하면 위안화와 엔화가 약세로 움직이면셔 결국 달러/원 환율은 달러화 이슈가 아니더라도 위안화 영향에 1200원을 상향 돌파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1250원까지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