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면서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을 비롯한 벤치마크 지수가 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시장에 거품이 조성될 수 있고, 당장 벤치마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도 부족하다는 점 등 여러 문제들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 추이 <출처=MSCI> |
MSCI 신흥시장지수에 연동된 글로벌 자산은 1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 A증시에 5%만 할당하더라도 자산운용사들은 최소 200억달러 자금을 중국 증시에 투자해야 한다.
만약 100% 기준이라고 한다면 200억달러의 20배인 4000억달러를 배정해야 하며, 이는 한국·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 자금을 그만큼 뺏는 결과를 낳는다. 중국 증시가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다른 신흥국 자산의 비중이 과소평가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MSCI 지수 등 벤치마크에 과도하게 의존해 초과 수익을 내려는 시도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근원(The Origin of Financial Crises)>을 저술한 조지 쿠퍼 펀드매니저는 인덱스를 추적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을 "지나치게 과열된 종목을 매수하고,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에 기계적으로 투자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벤치마크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투자자들이 전부 같은 네비게이션(벤치마크)을 사용하면서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리려고 할 경우(초과 수익을 내려고 할 경우) 특정 길에 차가 몰려 혼잡(버블)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폴 울리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캐피탈마켓 디스펑셔널리티(Capital Market Dysfunctionality, 자본시장 역기능) 연구센터 학장은 "벤치마크는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하는 액티브 투자자들을 평가하는 수단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이처럼 거품이 발생될 경우 투자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자들에게도 효율적인 투자 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에서 벤치마크로 일컬어지는 지수가 소수 자산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시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지수, FTSE러셀지수, MSCI지수는 미국 뮤추얼펀드 전체 자산의 73%를 편입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자산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채권의 경우에는 바클레이즈지수가 가장 널리 쓰이며,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절반 이상이 바클레이즈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벤치마크를 제대로 이해하는 투자자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쿠거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브리치 회장은 "(투자할 때) 인덱스 구성을 고려한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릴 때마다 이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나올 때가 많다"며 "소액 투자자들은 물론 투자 자문사들 중에도 벤치마크를 거의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MSCI 인덱스 구성을 담당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강력하게 부인한다.
베르 페팃 MSCI 인덱스 전략 대표는 "시장지수라는 개념은 이론적으로 유효하며 이로 인해 거품이 양산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자료가 없다"며 "1637년 튤립 거품은 물론이고 1929년과 1999년대 거품 모두 인덱스와는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