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건설업계 재편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통의 건설종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1등 건설사' 자리를 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서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구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향후 실적 추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는 물론 매출액에서도 현대건설과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는 삼성물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과 수주, 해외건설 공종 등 모든 부문에서 삼성을 앞서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조7587억원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건설부문 매출액 합계인 7조2876억원보다 1조5000억원 넘게 많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으로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부족한 엔지니어링 부분에서 제일모직이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초고층빌딩, 하이테크, 발전·플랜트, 주택 등에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UAE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대만 101빌딩을 지었다. 플랜트는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반으로 사우디 쿠라야 민자발전(IPP), 동두천 IPP 및 말레이시아 프라이(Prai) 발전 등 국내외 대형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호주에서는 마이닝 플랜트 및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조경과 플랜트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조경에서는 상품별 다양한 시공실적과 대외인지도, 우수 디자이너 등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플랜트는 삼성물산의 대형 발전 프로젝트와 달리 에너지절감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석유화학, 제지 등 에너지 다소비 공장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진단 및 설계역량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오는 2020년까지 23조6000억원의 연간 건설부문 매출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높은 목표지만 제일모직 건설부문이 가진 글로벌 엔지니어링과 조달·시공(EPC) 역량을 감안하면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삼성물산의 이야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의 가장 큰 목적은 양사의 시너지 효과”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통합하게 되면 제일모직이 해외시장 진출, 해외부동산 개발 등을 추진하고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게 되는 등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프라, 건축, 플랜트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건설업계의 큰 산' 현대건설과 통합 삼성물산의 접전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를 유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며 “이번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건설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해 현대건설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작업은 내달 1일 통합 법인 출범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출범일은 지난 5월 26일 양사 이사회가 합병을 전격 결의하고 합병 추진을 공식화한지 99일째 되는 날이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인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후계구도도 서서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양사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통합 삼성물산은 건설 외 상사, 패션, 식음료, 바이오 5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건설 네개 부문의 대표이사 체제로 조직을 정비한다.
5대 사업부문 매출은 지난 2014년 33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60조원으로 늘린다는 게 삼성물산의 목표다. 이를 위해 연평균 10.2%의 성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직원 수는 제일모직 4300여명, 삼성물산 8200여명을 더해 1만2500여명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 1963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브랜드 자체는 존속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