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조선, 석유화학과 같은 과잉공급 업종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돕기 위한 이른바 '원샷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7월 초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법안의 정식 명칭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여러 규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자는 의미에서 '원샷법'으로 불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원샷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 법을 통해 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의 바람과 달리 원샷법의 연내 처리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 재벌·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며 법안 논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관계자는 4일 "원샷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재벌 총수 일가의 상속 및 회사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하는데 악용될 우려가 있고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자는 것 아니냐"며 "논의를 해봐야 겠지만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는 법이라 정기국회내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샷법의 쟁점은 우선 재벌 특혜란 논란과 함께 사업재편 지원 대상을 공급과잉 업종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재계는 이 법이 발의된 직후 '원샷법의 조속한 제정과 보완을 요청하는 공동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는 법에 따른 지원 대상을 '공급과잉 업종'으로 한정할 경우 사업재편보다는 부실기업 정리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전 업종으로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재계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더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의 제정안은 '회사가 주주의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기간'을 상장사는 1개월에서 3개월로, 비상장사는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원샷법은 기업의 세제혜택과 지배구조 문제 등을 한꺼번에 다뤄야한다는 점에서도 연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물론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법제사법위 등 4개 상임위를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제정법이기에 공청회와 재계 등의 의견수렴 절차도 병행해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이현재 의원은 "우리나라 철강,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은 30년 이상 고령화된 상태이며 새로운 산업이 태동해 주력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한계기업 증가 및 부실기업 처리 지연 등에 따라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도 우려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
지원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신속한 사업재편에 필요한 각종 세제, 금융지원과 불필요한 규제 간소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사업재편 기간에 비용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정부도 지난달 원샷법 적용 대상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발표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원샷법에 해당되는 기업이 합병하면 업종에 관계없이 세금을 늦게 낼 수 있는 과세이연 혜택이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제약업, 의료기기제조업, 건설업, 해운업, 조선업 등간의 합병시에만 중복자산의 양도차익 과세를 3년 후로 미룰 수 있었다.
정부는 또 모회사가 자회사의 금융채무 등을 인수·변제해 재무건전성을 높인 뒤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인수·변제 금액을 모회사의 손금으로 인정하고 자회사의 채무면제이익은 4년 거치 후 3년 분할해 과세하기로 개정했다. 아울러 기업끼리 주식을 교환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시기를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이연하고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