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곽도흔·정탁윤 기자] 정부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을 도입할 때 재원조달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한다는 페이고(Pay-go) 원칙이 국회로 넘어가 감감 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페이고가 도입되면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8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16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한다. OECD평균이 114.6%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07년 28.7%에서 불과 8년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고, 의무지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앞으로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이면 정부예산의 50%는 의무지출이 된다. 경기변동여부에 따라 세수는 증가하거나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와는 상관 없이 법으로 정해진 지출대상과 급여율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것이 의무지출이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이나 공적연금 등이 있다.
의무지출이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 경기변동에 따른 효율적인 재정지출이 어려워지고 위기 대응 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에 정부는 페이고 원칙을 의무화했다.
문제는 의원입법에 따른 의무지출에도 페이고 원칙이 적용돼야한다는 것. 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페이고 법안은 제대로된 논의 없이 운영위에서 계류중이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10월 국회의원이나 위원회가 의무지출 증가 또는 재정수입 감소를 수반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 다른 의무지출을 줄이거나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한 법안을 함께 발의하도록 의무화한 국회법 및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같은 당 이노근 의원은 2013년 11월 국회의원이 예산이나 기금을 사용해야 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조달 방안 자료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4월 국회 운영위 산하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한차례 논의됐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원칙적으로는 페이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재정부담과 재원조달 방법을 점검하지 않고 무작정 법안을 만드는 관행을 계속한다면 아마추어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일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페이고에 부정적이다. 예산 편성권을 국회가 아닌 정부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페이고가 국회 또는 야당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페이고 제도는 국회 입법권과 재정 권한을 과도하게 통제할 수 있다"며 "페이고는 미국 예산시스템에 적합한 제도로 도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국 예산시스템에 적합한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방안 등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기획부터 종료시까지 단계별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사업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획단계에서는 신규 보조사업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등을 통해 재정지원 사업의 타당성을 끌어올린다.
집행단계에서는 복잡한 전달체계로 인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시 위해 고용·복지 등의 전달체계를 통합·연계한다.
마지막으로 평가단계에서는 부처 중심의 통합자율평가로 전환하고 전략적 분석 제도를 도입해 분야·부문별 평가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부터 대규모 조세특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및 심층평가도 추진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재정개혁을 하고 있다"며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재정이 수반되는 법률에 대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사전검토나 의원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정탁윤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