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
10일 한화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그룹이 최근 한화투자증권에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하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주 사장의 임기 만료를 대비해 인수인계 등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절차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 그룹 안팎에서 거론되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경질설과 관련, 그룹측이 주 사장에 대해 해임을 공식 통보하진 않았지만 내년 초 열릴 2015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사내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자체가 사실상 대표이사 변경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그룹 차원에서 주 사장을 만난 것은 맞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의 해임이나 경질을 통보한 바 없다"고 경질 요구에 대해 '사실무근' 입장을 전해왔다. 사내이사 추가 선임 요구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 그룹 측은 그동안 주 사장의 돌출 혹은 파격 행보와 발언 등에 당혹, 수차례 그룹과의 갈등설이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 7월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이 주 사장을 갑작스레 방문한 것도 그룹이 주 사장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행보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한화증권만이 유일하게 '합병 무산 가능성'을 밝혀 그룹 윗선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주 사장이 채택됐지만 그가 이를 거부하면서 다시 한 번 그룹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 주 사장이 증인 출석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한화그룹에선 그룹 내부의 다른 고위임원 대신 주 사장을 출석시키고 싶었겠지만 주 사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생겼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주 사장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오는 17일 투자권유대행인 계약과 관련, 불법행위 확인 및 시정요구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출석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 외에도 주 사장은 업계 수수료 체계 개편, 편집국 체제 도입, 열린 주주총회 등 업계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을 통해 업계의 주목과 질타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이같은 파격행보에도 불구하고 실적이나 회사 상황은 주식시장 개선 이상의 변화가 없다는 일각의 비판도 경질설이 불거진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교체 타이밍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룹 측에선 주 사장이 스스로 옷을 벗는 모양새를 취해주길 원하지만 주 사장은 이에 대해 임기까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 사장은 2년전 취임 당시 고용계약서 사인을 한달 이상 끌면서 조사 하나 하나까지도 꼼꼼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룹 측에서도 일방적인 스탠스를 취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진형 사장은 홍보실을 통해 "주총도 없이 대표이사를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요구를 받은 일도 없지만 혹여나 소문대로 임시 주총이 소집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총을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냐"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