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적용할 물가안정목표제의 새 지표를 기존과 같은 소비자물가(CPI)지표로 사실상 확정했다. 지난해말부터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새롭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아울러 목표수준과 범위 등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목표수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과 ‘국정감사 요구자료’ 자료에 따르면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통화정책 운영체제들을 검토한 결과 현시점에서는 기존 물가안정목표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정책운영의 유연성 제고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물가수준목표제 및 명목 국내총생산(GDP)목표제의 경우 여러 한계와 단점으로 물가안정목표제보다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물가안정목표제는 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통화정책 운영체제의 국제표준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CPI를 기준으로 한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는 CPI가 상당기간 목표치 하단을 밑돌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왔었다. 실제 CPI의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래 현재까지 단 한번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 하한선을 넘기지 못했다. 8월 현재 CPI는 전년동월비 0.7%에 머물며 9개월 연속 0%대 성장세에 그치고 있는 중이다.
한은도 이를 의식, 지난해말과 올초부터 내년부터 적용할 물가안정목표제를 지표와 범위, 적용기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월22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내년부터 적용할 물가안정목표 대상지표, 기간, 범위를 원점에서 새로 정하겠다”고 밝힌게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검토됐던 안이 앞서 밝힌 명목GDP를 비롯해 근원인플레이션 등을 도입, 적용하는 방안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존 지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표를 도입할 경우 이를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은은 기존 물가안정목표제를 신축적으로 운영할 방침도 분명히 했다. “물가안정목표제를 신축적으로 운영할 경우 경기부진, 공급충격 등에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며 “2016년 이후 물가목표 설정시 목표수준 및 범위, 적용기간 등 제반사항을 면밀하게 재점검 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이후 적용될 새로운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제도운영의 신축성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기존의 상하단차 1%포인트 수준을 넓히고 물가목표 수준도 현실에 맞게 낮출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에 대한 설명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물가안정목표제의 대안체제에 대한 논의에 열린 자세로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꽂힌 화살에 과녁을 그리려한다는 비난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료제공 = 한국은행> |
한은은 이같은 안을 바탕으로 빠르면 이달부터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의 협상에서 확정된 안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