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더 천천히, 더 느리게’
16~17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 본 투자자들이 내리는 공통적인 결론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기존의 시장 예상보다 지연되는 한편 첫 금리인상 이후 긴축 속도 역시 지극히 완만할 것이라는 얘기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현장[출처=신화/뉴시스] |
이날 연준이 제로금리 유지의 근거로 제시한 글로벌 경제 둔화가 가까운 시일 안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더라도 대외 여건이 연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연준 회의 결과 발표 후 국채 선물 시장은 내년 1월 첫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60%로 점쳤다.
이는 10월과 12월 전망치인 28%와 53%를 웃도는 수치다. 연준 정책자들이 제시한 내년 말 연방기금 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이 지난 6월 1.625%에서 1.375%로 떨어지자 시장의 긴축 전망 시기가 늦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의 투자가들은 이날 회의에서 연준이 명백하게 비둘기파 색깔을 드러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실리콘 밸리 뱅크의 민 트랑 외환 트레이더는 “회의 결과와 성명서 내용이 이견의 여지 없는 비둘기파였다”며 “달러화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 사이에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RBS의 존 브릭스 전략 헤드는 “금리인상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잘라 말했다.
메시로우 파이낸셜의 다이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두 명의 연준 정책자가 첫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2016년으로 변경했고, 한 명은 2017년으로 옮겼다”며 ‘비둘기파가 몸집을 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외 여건이 앞으로도 미국의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특히 중국이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ITG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스티브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개선되기보다 악화될 여지가 높다”며 “미국 경제 역시 해외 상황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로 수준의 금리를 동결한 데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서둘러 금리인상을 단행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의 조셉 레이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준 결정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브라질과 러시아의 침체 속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적어도 12월까지는 금리인상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긴축이 지극히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MV파이낸셜의 카트리나 램 이코노미스트 역시 “국내외 경제가 과열과는 거리가 멀다”며 “이번 회의에서 내린 결정은 매우 적절하고 합당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당분간 달러화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둔화되는 한편 예상 시기가 늦춰지고 있어 달러화의 매수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완다의 알퐁소 에스파자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는 금리인상 기대감에 강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첫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늦춰진 만큼 매도가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