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채권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혼란 이외에도 가격 급변동과 트레이딩 교란 등 전례 없는 리스크 요인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채권시장의 외형은 올해 중반을 기준으로 39조5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주식시장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미국 채권시장은 전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시장에 해당한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2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미국 채권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이 1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식 관련 펀드 및ETF의 투자 자금인 8290억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뮤추얼 펀드와 ETF가 보유한 회사채 비중이 2008년 9%에서 최근 17%로 급상승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채권 가격의 급격한 하락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데 따라 같은 채권의 교차 소유가 대폭 늘어났고, 이는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매도가 시장 전반으로 전염될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채권 투자가들은 가장 커다란 리스크는 버블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한편 긴축 속도를 완만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급락 우려는 일정 부분 진정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채권시장의 펀더멘털이다. 몸집이 불어난 데 반해 내실은 무너졌다는 것.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높고, 주식이나 상품 등 다른 자산시장의 충격에 감내할 수 있는 저항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상황은 미국 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다른 채권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4월17일 0.05%까지 곤두박질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불과 3주만에 0.786%까지 치솟았다.
수익률의 널뛰기를 초래한 것은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가 아니라 단순한 투자 심리였다는 데 투자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채권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급변동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여부는 수익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들어 액티브형 채권펀드는 8%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정크본드를 필두로 회사채 및 국공채 시장이 급변동한 데 따른 결과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