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9월 18일 오후 6시 50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재작년에 투자한 브라질채권 손실이 이미 40%가 넘어요. 브라질 사정은 계속 나빠지는 것 같은데 미국 금리도 오른다니 불안하고…증권사에서는 만기 오면 재투자해서 장기로 가져가라고 하는데 이제 브라질 쪽은 쳐다도 보기 싫네요. 이거 언제쯤 팔면 좋을까요?" (성진영(가명·45세), 브라질 채권 투자자)
연내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단행되면 달러가 일시적으로 약세로 돌아서고 신흥국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이 때 보유하고 있던 신흥국 자산을 분할 매도하라고 조언했다.
이번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는 동결됐지만 시장에서는 10월 혹은 12월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비해 기존 신흥국 자산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을 전후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
◆ 브라질 채권, 美금리인상 직후 매도 마지막 기회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손실을 기록중인 브라질 채권 같은 신흥국 자산을 매도하고 싶다면 미국 금리인상 직후 신흥국 시장의 반등을 노려 환매할 것을 충고했다.
미국이 긴축정책을 시작하면 전 세계에 흩어졌던 자금이 미국으로 회수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반대로 신흥국 자산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의 중론이다. 하지만 실제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기준금리 직후 몇달간은 달러를 비롯한 미국 자산이 오히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시장에 과도하게 선반영된 탓이다.
1971년 이후 미국의 다섯 차례 금리인상 시기 모두 인상 이후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약세 전환했다. 금리 인상 시점의 달러화 지수를 100으로 보고, 이후 3개월간의 달러화 지수는 모두 하락 곡선을 그렸다.(그림 참조) 달러화가 일시적인 약세로 돌아서면 환에 주로 투자하는 신흥국 채권같은 자산은 잠시나마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다.
김탁규 기업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미국 금리가 인상되고나면 달러투자 포지션은 어느정도 정리되고 다시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신흥국 자산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브라질채권 등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는 보유하면서 반등할 때마다 분할매도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18일 현재 원/헤알 환율은 298원까지 하락하며 13년래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손실을 감내하고서라도 중도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적어도 환율이 400원대까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조금씩 환매하라는 조언이다.
다만, 또 하나의 변수는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의 호재로 원화가 생각보다 강세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국내 신용등급 상향으로 달러/원 환율이 하락(원화강세)하고 있는데, 결국 금리인상 이후 해당국가 통화와 원화의 강세 속도 싸움이 될 것"이라며 "인도나 대만같은 국가를 제외하고는 한국보다 펀더멘털이 좋은 나라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원화와 해당통화 간의 관계를 주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신흥국 '옥석가리기' 필수…인도·동유럽 견조
또 미국 금리인상을 계기로 펀더멘털에 따른 신흥국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에 따라 신흥국 자산은 현재 상당히 저평가됐기 때문에 경제 체력이 탄탄한 국가에 투자한다면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의 상대지수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나타내며 지난 2012년 이후 선진국 자산이 강세를 보였다.(선진지수/신흥지수, 그림 참조) 하지만 이 상대지수의 상승이 최근 제한되며 신흥국 자산의 상대적인 약세가 올만큼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이벤트를 앞두고 올해 2분기부터 계속된 신흥국 회피 심리가 과도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2012년 이후 신흥국 주식이 선진국에 비해 추세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의 약세는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인도, 유럽의 제조기지로 유럽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유럽 국가 등을 투자할만한 신흥국으로 꼽았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글로벌투자전략 연구원은 "주요 글로벌 신흥국들 중에서 아직까지 7%대 성장에 물가가 3% 수준에 불과한 나라는 유일하게 인도밖엔 없다"며 "인도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의존도도 낮기 때문에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에서도 피해갈 수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을 볼 때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제조공장의 역할을 하는 체코나 헝가리 같은 동유럽 국가들도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양적완화 지속으로 서유럽 경기만 받쳐준다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유럽권 투자는 국내에서 판매중인 동유럽 주식 펀드를 활용할 수 있으며, 해외에 상장된 ETF를 통해서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인도는 직접 채권투자도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쿼터(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내투자자들은 주로 인도 국영기업 회사채에 투자하고있다. 현재 국내에서 인도채권을 직접 중개판매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또 인도채권 펀드나 해외에 상장된 ETF를 통해 인도증시와 채권에 간접투자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인도채권증권자투자신탁(채권)' 펀드는 지난 4월말 설정 이후 4개월여만에 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설정 이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4.6%이며, 인도철강공사, 인도 수출입은행 회사채 등에 투자한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