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세계 최대 채권펀드 업체인 핌코를 포함한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유럽 채권을 사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9월 종료 시한 이후에도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시한 연장이나 자산 매입을 늘리는 형태로 기존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확대할 여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중국의 증시 부양책이 과거와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 것부터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얻는 상황까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는 얘기다.
일부 연준 정책자들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의 미국 금리인상 예상 시기가 늦춰진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장기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여기에 노르웨이의 금리인하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꺼지는 실물경기와 정책 효과에 무관하게 가진 카드를 소진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알리안츠 번스타인의 다니엘 로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세계 경기가 중앙은행의 긴축을 뒷받침하기에는 상당히 나쁘다”고 주장했다.
핌코의 앤드류 보솜워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ECB가 이르면 12월 QE 규모를 월 100억유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자산 매입을 2017년까지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출처=AP/뉴시스] |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가시화되거나 원자재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는 등 또 한 차례 위기가 닥칠 경우 중앙은행이 가진 대응책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기존의 QE를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선진국 통화 헤드는 “QE와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영속적인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위기가 재차 발생할 때 같은 형태의 통화정책으로는 어떤 경기 부양도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QE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대폭 불렸을 뿐 민간 여신 및 투자 확대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며 “이와 달리 중앙은행을 통한 정부 재정 충당은 구매력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의 이날 예기치 않은 금리인하가 상품 수출국의 도미노 통화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0에서 0.75%로 인하하면서 유가 하락이 실물경기를 강타한 한편 인플레이션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주요 상품 수출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가 조만간 통화완화 정책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