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해외 부채를 만기 이전에 조기 상환하겠다고 나서는 중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위안화의 추가 하락 여지가 열린 것으로 판단,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부동산 개발 업체인 소호 차이나가 2022년 만기인 4억달러의 해외 채권을 조기 상환했다. 천연가스 업체인 ENN 에너지 홀딩스 역시 2019년 4억달러 규모 외화 표시 채권을 되사들였다.
위안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최근 3년 사이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중국 기업이 위안화 급락 사태로 비상 상황을 맞았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외화 표시 채권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민은행의 예기치 않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기업 자금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중국 역내 채권 발행 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이 때문에 연초 이후 중국 기업의 국내 회사채 발행이 23% 급증, 5조3000억위안(8300억달러)로 불어났다.
홍콩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의 코니 헹 자본시장 헤드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 기업의 이익 창출이 대부분 위안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외보다 국내 채권 발행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여건뿐 아니라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기업이 해외 채권을 조기 상환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위안화가 급락한 데 따라 해외 채권 조기 상환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클리포드 챈스의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 회사채 수익률은 5년래 최저치인 4.72%로 떨어졌다.
중국 3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차이나 반케는 이번주 5년 만기 채권을 3.5%의 금리에 발행했다.
젬달이 올들어 국내에서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총 55억위안으로, 쿠폰 금리가 5.5%를 밑돈다. 반면 조기 상환을 추진중인 세 건의 해외 채권 쿠폰 금리는 각각 7.125%와 6.5%, 5.625%로 국내 금리보다 상당폭 높은 수준이다.
지난 8월 초 이후 위안화는 2.6% 하락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앞서 중국 기업의 회사채 조기 상환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초상은행의 류 동글리앙 애널리스트 역시 “위안화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달러화 표시 채권을 최대한 조기 상환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위안화 하락 압박은 중국 경제가 반전을 이룰 때까지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