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득템' 했죠. 원피스 싸게 팔길래 두 개 더 샀어요."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신문에 엄청 나오더니 다른 세일 기간하고 크게 다른게 뭔지 모르겠어요. 사람만 많네요."
침체됐던 유통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첫날의 분위기는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한창이던 당시보다 고객이 많아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크지 않은 할인폭과 한정된 품목 등으로 인해 실망감을 토로한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이날 내린 비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고객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 중 백미는 면세점이 위치한 9층이었다. 다양한 행사상품을 보러 온 고객들과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고객들이 몰린 탓으로 보였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일~7일) 연휴가 시작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고객들이 행사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화장품은 중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꼭 사가는 품목 중 하나다. 화장품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매장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든 것은 맞다"면서도 "블랙 프라이데이 때문인지, 세일 때문인지, 국경절 때문인지, 메르스가 끝나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방용품이나 아웃도어 등의 브랜드가 참여한 할인 행사도 인기였다. 최대 70%까지 할인을 해주기도 한 이 곳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눈길은 바빠보였다. 가을용 점퍼를 구매했다는 한 고객은 "어차피 살 것이었는데 싸게해준다고 해서 한번 와봤다"며 "남들이 채가기 전에 낼름 골랐다"며 웃어보였다.
반면 이번 행사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평소 세일기간과 뭐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부터 할인되는 것 중에 "살만한 물건이 없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실제로 1층 화장품 매장은 할인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다른 층 역시 매장별로 가을 세일 수준의 할인만 했을 뿐이었다. 이때문이었는지 9층과는 달리 비교적 한산한 듯한 모습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던 주부 두 명은 "옷 말고는 살게 없다", "평소에도 30% 할인은 하지 않냐", "추석때 돈 많이 썼을텐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등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대폭 할인 해주는 품목이 너무 적은것 같다"며 "차라리 인터넷으로 사는게 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고객 불만의 불똥은 애꿎은 직원들에게 튀기도 했다.
한 매장 직원은 "왜 할인을 안해주냐고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사람만 많지 정작 매출은 잘 안나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소비심리 자극을 위해 대대적으로 시작한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가 미지근하게 출발한 가운데 남은 2주 동안 어느정도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행사로 인해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출도 잘 나오고 고객도 많이 몰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10월 2일에 비해 매출이 40%가량 신장한 것 같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가을 세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세일 첫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2일과 수치를 비교했다. 세일 첫날이던 10월 1일과 비교해도 약 10%의 매출증가가 있었다는게 롯데백화점측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