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9월 미국 고용 지표 부진은 해외 경제 한파로부터 미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중국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수출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고용에 일격을 가했다는 얘기다.
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제조업 이외에 서비스업과 헬스케어 등 경기 순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섹터 역시 고용이 부진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시간당 평균 임금 감소와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는 노동참여율까지 9월 고용 지표는 회복 사이클이 종료 시점을 맞았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 9월 고용 지표, 속을 들여다 봐도 실망구인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출처=블룸버그통신>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헤드라인 수치가 14만2000건으로 시장 전문가들 예상치인 20만건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이고 미시적으로 접근해도 긍정적인 신호를 찾기 어렵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기 둔화로 제조업 일자리가 9000명 줄어든 것이나 상품 가격 급락으로 인해 석유가스 및 광산업 고용이 1만건 감소한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건설업 고용이 제자리걸음에 그쳤고, 헬스케어와 전문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가 각각 3만4000건과 3만1000건 증가한 것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소매 부문의 일자리 역시 2만4000건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이 25.09달러로, 전월 대비 1센트 감소한 것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이 40개월 이상 정책자들의 목표치를 하회한 상황에 임금 하락은 내수 중심의 경기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노동참여율 역시 지난달 하락했다. 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근로자가 35만명 급감한 데 따라 이미 197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노동참여율이 지난달 62.4%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지난 8월 고용 수치도 하향 조정된 데 따라 9월까지 3개월 평균 신규 고용은 2014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 시장에 실망, 연준에 고통재닛 옐런 연준 의장<출처=AP/뉴시스>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킨 9월 고용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자들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켰다.
글로벌 경기 둔화를 빌미로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재닛 옐런 의장의 결정에 이번 지표는 설득력을 실어줬지만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골칫거리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TD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마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고용 부진은 글로벌 경제가 미국을 강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연준이 금리인상 발목을 확실하게 잡힌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월은 물론이고 12월 금리인상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채권시장의 트레이더들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이 빨라야 내년 3월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RBS 증권의 케빈 커민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고용 시장은 연준의 우려대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타격이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고용이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과 헬스케어 섹터까지 둔화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헤드라인 수치는 물론이고 미시적인 항목을 보더라도 만족스러운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이처럼 밑바닥까지 실망스러운 고용 지표는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