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오뚜기가 지난 7월 야심차게 출시한 짜장라면 '진짜장'이 편의점 입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출시 3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 편의점업계 1위인 BGF리테일 'CU'에는 입점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이 라면제품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가량에 불과하지만, 주 소비층인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데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초반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 진짜장은 현재 CU 입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CU측 관계자는 "편의점은 적정한 재고운영상품 수를 관리해서 경쟁력 있는 제품만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짜장라면 중 농심의 짜왕은 대표상품이라 당연히 운영하는 것이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팔도짜장과 진짜장을 놓고 고심한 결과 팔도짜장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편의점 내 짜장라면이 포화상태인데다 매대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오뚜기 진짜장은 경쟁사의 제품을 넘어설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경쟁력이란 맛과 가격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할 수 있지만 특히 맛 부분이 당락을 결정지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현상은 오뚜기 진짜장의 시장 연착륙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편의점 입점이 중요한 이유는 사실상 '테스트 마켓'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진짜장이 업계 1위 편의점에 입성조차 하지 못한 것은 이미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편의점은 매장을 방문한 김에 이것 저것을 함께 구매하게 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정말 필요로 하는 것만을 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신제품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니버터칩의 경우 온라인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자 각 편의점들은 앞다퉈 허니버터칩을 유치하고 이와 연계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낸 바 있다. 여기에 비춰보면 짜왕 등 다른 짜장라면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 입소문을 타면서 편의점 점주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진짜장은 이같은 수요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된다.
또한 업계에서는 라면을 제조하는 회사의 매출 중 편의점이 약 20%가량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는데, 최근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이 수치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CU는 GS25와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4개사의 전체 매장 수 중 3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만큼 이곳에 입점하지 못해 이에 따른 직접적인 매출부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네티즌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상품을 홍보하도록 만드는 기법)의 중심 축이자, 편의점에서 라면의 소비를 많이하는 젊은 SNS족들 사이에서 '맛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살 수 없다더라'하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짜장라면은 포화상태인 상황"이라며 "진짜장이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많이 타고 이슈가 되지 않는 이상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상품을 많이 변경하고 있으므로 진짜장이 소비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는다면 입점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오뚜기 측은 이달 말 유통될 진짜장 컵라면을 앞세워 편의점에 입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짜장 컵라면이 다음주정도 출시돼 이달 말이면 유통될 것"이라며 "편의점에는 컵라면 수요가 많은 만큼 진짜장 컵라면이 나오게 된다면 봉지라면과는 다르게 CU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장은 오뚜기가 지난 7월 출시한 프리미엄 짜장라면이다. 분말스프를 사용하는 타사 제품과는 달리 액체스프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의 '짜왕'을 잡기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지만 초반 성적표는 부진한 상태다. AC닐슨에 따르면 지난 8월 농심 짜왕의 매출은 142억원을 기록한 반면 오뚜기 진짜장은 20억원으로 나타났다. 진짜장과 비슷하게 출시된 팔도짜장면은 2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