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용시장의 한파가 기업 차입매수(LBO)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혼란이 신용시장을 마비시키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과거 2000년과 2008년 버블 붕괴 및 위기 당시 신용시장이 먼저 적신호를 보낸 바 있어 최근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월가 <출처=블룸버그통신> |
주요 선진국의 공격적인 부양책과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에 투자자들은 지난 수년간 고위험 채권에 적극 베팅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롭게 세운 것은 회사채 및 신용 시장을 통해 공급된 대규모 유동성 유입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신용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하강 기류가 뚜렷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 이에 따른 시장 유동성 위축 및 기업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의 리스크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크본드를 필두로 채권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투자은행(IB) 업계가 신규 채권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리먼 리비안 프리드슨 어드바이저스의 마티 프리드슨 최고투자책임자는 “무보증 채권을 시작으로 대출 채권이 한파를 내고 있다”며 “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중국 인민은행(PBOC)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금융시장 충격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간이 채권 발행에 고전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들 IB는 풀뷰티의 차입매수에 나선 사모펀드 업체 아팩스 파트너스에 여신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9월 중순 대출 채권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1달러 당 98~99센트의 가격에도 뮤추얼펀드 매니저와 그 밖에 전통적인 여신 투자자들이 베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소식통은 대출 채권 매각이 여의치 않자 골드만 삭스와 JP모간은 헤지펀드 업계와 부실채권 전문 투자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가격이 대폭 떨어질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용시장의 이상 기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 하순 JP모간은 알티스의 케이블비전 시스템스 인수에 63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수요 부진으로 인해 목표 금액을 48억달러로 낮췄다.
제프리스 역시 이번주 소프트웨어 업체 이데라의 엠바카데로 테크놀로지 인수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3억5000만달러 규모 대출 채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