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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의 영화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경절 대목 중국 극장가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았다. 특히 이번 국경절에서 높은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영화 대부분은 중국 굴지의 인터넷 기업이 투자한 작품으로, 향후 영화 시장에서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국경절 대목 표판매 급증 9일 연휴중에만 3000억원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영화표 판매액은 18억 5000만 위안(약 3373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국경절 연휴 기간 영화표 판매액 10억 7000만 위안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번 국경절 연휴 높은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작품은 '굿바이 미스터 루저(夏洛特煩惱, 하락특번뇌)'.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더 나인 스토리 데몬 타워(九層妖塔, 구층요탑)' , '로스트 인 홍콩(港囧)' '미스터 우 구출기(解救吾先生 해구오선생)' 등으로 주로 중국 국산 영화다.
관객 동원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영화표 판매액을 영화 흥행의 척도로 삼는데, '굿바이 미스터 루저'의 경우 이번 국경절 연휴 마지막 날인 7일 하루 동안에 1억 1400만 위안을 벌어들였다. 상영일 9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매출은 6억 위안(약 1094억 3400만 원)에 육박한다.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해 올해 '초대박' 국산 영화로 꼽히는 '베테랑'의 누적매출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상영일수를 비교하면 중국 영화 시장의 '덩치'를 실감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은 8월 5일 개봉해 10월 7일까지 64일 동안 약 1050억 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굿바이 미스터 루저'는 단 9일 만에 베테랑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국경절 관객몰이에 성공한 대다수 영화의 투자자 혹은 협력 파트너가 중국 굴지의 인터넷 기업이라는 것.
텐센트는 '굿바이 미스터 루저'의 공동 투자자로 나섰고, 알리바바 산하 알리바바픽처스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에 투자해 영화 중간 알리바바픽처스의 로고가 노출됐다.
LeTV(러스왕 樂視網)은 '더 나인 스토리 데몬 타워'를 제작했고, '로스트 인 홍콩'의 배후엔 중국 최대이 민간 미디어 그룹인 인라이트미디어(광선전매 光線傳媒)가 있다. 바이두 산하의 바이두눠미는 '미스터 우 구출기'의 배급을 담당했다.
중국 주요 인터넷과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기업이 제작, 투자, 배급 등 영화 생산과 유통 전반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영화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들 인터넷 기업의 영화 시장 진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LeTV 콘텐츠로 승부한다...PGC 강화
중국의 인터넷 기업이 영화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기업별로 시장 진출 전략은 뚜렷한 차이가 있다.
2011년 설립한 LeTV는 영화 산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 중심의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문가 생성 콘텐츠(PGC)와 온·오프라인(O2O) 결합을 강화하는 추세다. PGC란 전문가 혹은 프로수준의 아마추어가 생성한 콘텐츠를 말한다. 유투브 등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이 일반 사용자가 만드는 콘텐츠인 UCC와 상대적 개념이다.
즉 LeTV는 우수한 품질의 콘텐츠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에 유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동영상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각 영화의 소비층을 전망해 마케팅을 추진한다.
LeTV는 박스오피스, 회원, 배급, 관련 상품과 영화관련 서비스를 5대 핵심 사업 분야로 선정하고 앞으로 5년 동안 이 분야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LeTV는 2014년 13편의 영화를 제작해 24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20편의 영화를 제작해 50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의 매출 목표는 75억 위안으로 총 25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할 계획이다.
◆ 알리바바, 영화 시장과 금융을 결합 '꿩먹고 알먹고'
알리바바는 영화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영화와 금융 시장의 '상호 윈윈'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알리바바의 영화 시장 진출은 2014년 8월 알리바바그룹이 홍콩의 차이나비전미디어(文化中國)를 인수로 본격화됐다. 사명을 알리바바픽처스로 바꾸고 콘텐츠 연구와 제작, 배급과 홍보, 온라인 유통과 해외 유통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알리바가가 기타 경쟁사와 다른 점은 핀테크를 접목해 영화와 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알리바바픽처스의 금융 사업 강화를 위해 알리바바그룹은 영화 클라우딩 펀드 사업 부문인 '위러바오(오락보)'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닷컴 내의 타오바오영화 부문을 알리바바픽처스로 이관했다.
위러바오는 일반 소비자가 영화 제작에 소액 투자하는 온라인 재테크 상품으로 2014년 3월 첫선을 보인 후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위러바오는 9번에 걸쳐 21개 클라우딩 펀딩 상품을 출시했고, 여기에 모인 자금은 5억 3000만 위안에 달한다. 이 자금이 투자된 영화들의 누적 매출액은 37억 위안에 이른다. 위러바오의 연간 수익률은 7% 수준이다.
이 밖에 알리바바픽처스는 영화표 통합관리 전산망을 보유한 위에커소프트웨어(約克軟件)을 인수해 완전한 O2O 사업 라인을 갖췄다. 중국에서 영화표관리통합 전산망 운영 자격을 갖춘 업체는 6개에 불과하다. 위에커소프트웨어는 6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진취적인 사업 추진과 달리 알리바바픽처스의 실적은 다소 초라하다. 2015년 상반기 매출액은 2293만 8000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01%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1억 5000만 위안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4억 4000만 위안) 보다는 손실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 바이두, 인터넷 전용 콘텐츠 강화
바이두는 영화 배급과 제작 보다는 온라인 유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바이두는 2014년 7월 동영상 제공 업체인 아이치이(愛奇藝)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영화 유통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한 알리바바 픽처스처럼 영화와 금융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치이와 바이두지갑, 바이두금융센터와 함께 아이치이 클라우딩 펀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대형 영화사와 함께 온라인 제공 전용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중국의 유명 영화사 화처미디어와 공동 출자해 '화처아이치이 미디어'를 설립하고, 드라마, 예능 등 아이치이에서만 독점 상영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에만 시청이 가능하지만 당초 목표했던 2000만 클릭의 두배인 4000만뷰를 돌파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인터넷으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보편적인 중국에서 온라인 전용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은 훨씬 큰 것으로 여겨진다.
◆ 텐센트, 출발은 늦었지만 투자 속도는 두 배
텐센트도 올해 9월 영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업계 3두 마차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가운데서는 다소 늦은 출발이다.
텐센트는 9월 11일 '텐센트 펭귄 픽처스'를 설립을 선포하고, 향후 웹드라마·영화투자와 연예인 기획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쟁사에 비해 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지만 펭귄 픽처스는 텐센트동영상과 텐센트 엔터테인먼트의 막강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빠른 확장섹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펭귄 픽처스는 '온라인 영화 예고편 방영-텐센트 영화평 감상-영화관 선택-영화 검색-티켓 예매-결제-영화표 출력-온라인 유료 동시 상영- 무료 관람'에 이르는 영화 관람 서비스 전반을 제공할 예정이다.
텐센트는 9월 17일 펭귄 픽처스와 별도로 '텐센트픽처스'를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IP(지적재산권)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텐센트는 앞으로 매년 10~15편의 영화 제작에 투자할 예정이다. 텐센트픽처스는 "2020년 중국 영화 시장 규모는 16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고, 펭귄 픽처스가 투자한 영화의 매출만 2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고속 성장중
중국 국가영화자금판공실에 따르면, 9월 2일 기준 중국의 영화 누적 매출은 297억 위안을 돌파했다. 2014년 1년 동안의 누적 매출 296억 3900만 위안을 추월한 것.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48.5%에 달한다. 이중 중국 국산 영화의 매출이 전체의 60% 이상인 180억 위안에 이른다.
관객수를 보면 9월 2일 기준 중국 주요 도시 영화관 입장객 수는 연인원 8억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6.9%가 증가한 수치다. 중국산 영화 관람객 수는 5억 1000만 명에 달해 중국 국산 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세가 뚜렷하지만, 영화 시장은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2~2014년까지 중국 영화표 매출 연평균 증가율은 32%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세계 영화표 매출 평균 6%의 4배에 달한다.
문화 소비 수요 확대, 중국인의 소득 증대 그리고 중국 정부의 문화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영화 시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고속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 영화 시장의 주력 소비층은 1990년대 이후 출생한 20대 청년층으로 조사됐다. 2014년 중국 영화 관람객의 52%가 1990년대 출생자였다. 뒤를 이어 1980년대 출생자가 영화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