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은 예상과 달리 샌더스 후보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핵심 논쟁거리로 부각되지 않았다.
샌더스가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카지노 자본주의화된 미국 경제에서 벗어나 북유럽 모델에서 배우자는 경제 노선을 제시하자 클린턴 후보는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미국식 포용적 자본주의 노선을 제시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에 참석한 버니 샌더스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 13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1차 TV 토론에서 클린턴과 샌더스, 마틴 오맬리, 짐 웹, 링컨 채피 등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5명은 주요 정책현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클린턴 후보다. 그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총기규제에 대해 "매일 총기폭력으로 90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전체가 전미총기협회(NRA)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샌더스 후보를 향해 "브래디법 통과에 다섯 차례나 반대표를 행사했다"며 "총기규제에 지나치게 미온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브래디법은 1993년 당시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에 대해 샌더스 후보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이 총기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버몬트주에 있는 총기 상점에서 누군가 총기를 구매해 미친 짓을 저지른 경우 그 상점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며 반문했다.
두 후보는 월스트리트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샌더스 후보는 미국 금융계를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와 워싱턴 정계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꼬집으며 "의회가 월가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월가가 의회를 규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가 위기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클린턴 후보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뉴욕 상원으로 있으면서 구조조정을 주장했다"며 "섀도우 뱅킹 규제를 포함한 월가 규제안은 다른 의원이 제시한 것보다 매우 포괄적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양 측은 경제 정책 노선을 놓고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샌더스 후보는 "미국에서는 누구나 성장할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모든 부가 상위 1%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자본주의는 소수가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는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덴마크나 노르웨이와 같은 국가로부터 배워 이 같은 문제를 당장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는 "나 역시 덴마크를 사랑하지만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다"며 "자본주의로부터 자본주의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중산층을 일궈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큰 실수며 모든 미국인이 동일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TV 토론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였던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은 예상과 달리 핵심 주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에게 "미국 시민들은 당신의 빌어먹을 이메일에 관해 듣는 것에 정말 신물이 났다"며 "붕괴하는 중산층과 가난에 신음하는 2700만명의 국민, 광범위한 부의 불평등처럼 미국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클린턴 후보도 "고맙다 나도 동의한다"며 "이메일 스캔들은 접어두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첫 TV 토론에 대해 클린턴 후보가 이메일 스캔들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샌더스 후보 역시 클린턴 후보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정책적 입장을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버지니아 상원의원 출신의 웹 후보와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출신 채피 후보는 토론에서 대중들에 별 다른 모습을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지 못했다.
아직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 관저에서 TV로 토론을 지켜봤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