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세계 최대 미국 채권국인 중국이 국채시장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국내 뮤추얼 펀드가 전례 없는 ‘사자’에 나서 주목된다.
해외 투자자들의 공백을 국내 자금이 채우면서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깔린 것으로, 결코 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 뮤추얼 펀드가 국채 발행시장에서 사들인 물량이 40%를 웃돌았다. 연초 이후 재무부의 국채 발행 물량이 1조6000억달러에 이른 가운데 이 중 미국 펀드가 사들인 물량이 42%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며, 2011년 불과 18%에서 수직 상승한 수치다.
또 전체 12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시장에서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3.1%를 기록해 올들어 2.1%포인트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이 상승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금액 기준으로 미국인이 보유한 국채 물량은 약 4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상황이 펀드를 중심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사자’에 나선 것은 뜻밖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상황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 채권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할 때 도미노 매도를 부추겨 자금 썰물을 일으키는 한편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전망과 어긋나는 것이다.
올들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2000억달러 가량 줄어들었다. 위안화 방어 및 중국 경기 부양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CRT 캐피탈 그룹의 데이비드 아더 국채 전략 헤드는 “중국의 국채 매도에 대한 우려는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입은 향후 국내외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이 깔린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는 지적이다.
RBC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의 브랜던 스완슨 채권 헤드는 “글로벌 경제와 인플레이션, 금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흐리고, 이 때문에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조지 곤칼브스 채권 전략 헤드는 “미국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 열기가 뜨겁고, 이는 수익률 상승을 제한해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막아내고 있다”며 “하지만 이와 별도로 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15%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