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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9월 7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A 직원을 금융거래 실명확인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제재했다. 2013년 3월 A 직원은 모 중소기업 ’공동‘대표이사 중 한 명이 이 회사 명의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신탁계좌와 기업자유예금계좌 개설을 신청하자, 개설해줬다. 감독당국은 법인고객 실명확인증표(사업자등록증)에 2인의 대표자 명의가 기재돼 있는 데도 공동대표인지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대표 1인의 실명확인증표만 확인한 것은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 및 거래당사자 신원확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A 직원 처지에서는 이 계좌가 불법적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없고 단골거래 기업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제재를 받자 억울한 심정이었다.
앞으로 이 같은 금융당국의 제재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금융실명거래 기본취지 위반행위와 경미한 절차 미비사항을 보다 세분해서 과도한 제재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이 금융당국 대신 자체 징계하도록 하는 ‘자율처리필요사항’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경미한 위반행위는 금융회사 자체징계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또 직원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위반사실이 차후에 수정됐다면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거래고객의 실명확인에 실수가 있거나 나중에 문제를 수정했다면 제재를 하지 않거나 그 수준이 경감된다. 또한 담당직원의 위법에 관여 또는 관리책임 소홀을 이유로 상급자도 제재받는 ‘연대책임’도 크게 완화된다.
구체적으로 차명거래와 관련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제재 완화를 은행권은 크게 반기고 있다.
지금은 실명확인에 필요한 서류가 1~2 종류 빠졌거나 몇몇 절차를 거치지만 않아도 제재를 받는다. 차명계좌가 불법적으로 이용됐는지 여부는 전혀 관련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차명계좌가 불법적으로 이용됐거나 관련자의 위법사실이 있어야 해당 은행원이 금융실명제법 위법으로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절차나 서류만 없어도 제재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당국의 징계 사례를 보면 KB국민은행 모 지점 과장은 2013년10월 은행창구를 찾지 않은 B 고객의 명의로 투자신탁상품(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에 500만원 가입했다가 이를 해지해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등 2건에 걸쳐 총 800만원의 금융상품에 가입시켰다가 금융거래 실명확인과 고객확인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차명거래는 맞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계좌를 대신 개설한 것으로 불법적으로 악용된 사실이 전혀 없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례처럼 실명확인 절차나 관련 서류가 없었지만, 불법적인 피해를 유발하지 않은 경우라면 제재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나중에 관련서류를 추가했다면 제재하지 않는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점은 연대책임의 대폭적인 완화다. 지금은 실무자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면 감독자도 관리책임을 물어 ‘이중처벌’을 받는다. 금융위는 감독자가 실명확인 위반행위를 지시 또는 묵인하는 등의 직간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사 직원들의 가장 큰 고충이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한 제재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되는 것인데 금융위가 획기적으로 완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별 지난 1년간(2014년 3분기~2015년 2분기) 금융실명제 위반 현황을 보면, 국민은행 14건, 우리은행 11건, KEB하나은행 13건(하나은행 6건, 외환은행 7건), 신한은행 9건, 농협은행 5건, 기업은행 4건, 수협은행 4건, 대구은행 2건, 부산은행 1건 순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