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일본 광윤사 대표이사·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IT) 업체에 투자를 했다가 해임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에 따라 투자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해당 IT업체가 롯데홀딩스에 '투자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IT업체에 대한 투자를 이사회의 승인 없이 결정하는 과정에서 약 10억엔의 손해를 봤으며, 이 같은 사실이 일본 롯데 사내 감사에서 적발돼 이사회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이 사업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 상한액을 정했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를 어기고 초과금액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사내 승인 없이 본인이 예산 품의도 결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계기로 신격호 총괄회장은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일본 롯데 임원직을 그만둘 것을 주문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직에서 해임이되면서 앞선 IT업체에 대한 투자도 중단됐다. 그러자 이 업체는 롯데홀딩스를 대상으로 약속한 투자금액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이사회 승인없는 투자 때문에 신격호 회장이 보직에서 다 해임시켰는데 정작 롯데홀딩스는 그 회사에 소송까지 당했으니 황당하지 않겠느냐"며 "지금와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일본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이유인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거액의 인수합병(M&A)를 진행하면서도 자산산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해 임원들의 불만을 샀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내부에서 150억엔의 가격이 적당하다는 평가를 내린 한 업체를 약 300억엔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인수 후에도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에서 시스템을 무시하고 결정과 선정에 자의적인 판단을 많이 개입시켜 항상 임원들의 불만을 많이 샀다고 한다"며 "경영상의 판단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는 있지만 이사회 등을 거치는 시스템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투자나 M&A를 지시·결정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소송건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후에 결정된 일이라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직을 내려놓은 뒤 결정된 추가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제기된 것"이라며 "신동주 전 부회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M&A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동의절차가 없이 어떻게 그정도 규모의 인수합병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SDJ 코퍼레이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0억엔 투자 손실이 났다는 IT 시스템은 현재 일본 롯데에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지난 해 가을 일본 코카콜라에까지 판매된 시스템"이라며 "개발 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다른 기업으로의 판매에 따른 이익도 보게 된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시스템 개발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및 이사회로부터 처음 400만 달러, 그 후 총 870만 달러까지 승인을 받았으나, IT 시스템 개발 특성 상 30만 달러가 추가적으로 소요돼 총 투자 비용이 900만 달러에 이르게 됐다"며 "해당 30만 달러 추가 소요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해당 30만 달러에 대해 사재 출연을 일본롯데홀딩스 측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던, 일본롯데홀딩스 및 신동빈 회장은 30만 달러의 승인을 받지 못한 부분을 부풀려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IT시스템 개발에 10억엔을 투자해 손실을 봤다고 음해했다"며 "일본롯데홀딩스와 신동빈 회장의 이런 음해가 바로 현재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