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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엄마' 빠진 저출산대책…감동을 주자

기사등록 : 2015-10-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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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정탁윤 기자] "나랑 안맞아, 외동으로 키우자."

얼마전 첫 아이를 낳은 아내가 말했다. 출산 당시 6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제왕절개 수술까지 한 아내다. 출산전 아내는 자연분만을 원해 매일같이 한강을 걷고 6층 계단을 걸어 오르내렸다. 

"더 지체하면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진통 중에도 자연분만 의지를 꺾지 않던 아내는 의사의 이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며 수술대에 올랐다. 철 없는줄 알았던 아내의 모성(母性)에 감동했다.

그런 아내는 요즘 아이와 씨름하느라 살이 쪽 빠졌다. 2~3시간 간격으로 젖을 물려야 하니 잠을 설친다. 아이가 모유를 제때 먹지 않으면 가슴이 심하게 아프다. 수술한 부위도 채 아물기 전이다. 끼니마다 나오는 미역국도 슬슬 질려오고 매콤한 것이 땡긴다. 좋아하는 아이스라떼는 언감생심이다. 아침마다 '지옥철'을 타더라도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푸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아내가 정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제 3차 저출산대책 시안을 보고 화났다. 주요 언론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1일엔 국회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으로부터도 흠씬 두들겨 맞았다. 새로운 내용도 '알맹이'도 없는 기존 대책의 재탕이란 비판이다.

정부의 시안 공청회 자료집엔 '아이 낳고 싶은 사회 만들기', '생산적이며 활기찬 고령사회'란 구호와 함께 각종 출산대책들이 열거됐다. 구체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한도 상향 및 임대주택 우선 입주등 주거지원 강화 ▲보육체계 개편 ▲육아휴직 기간 확대 ▲공교육 정상화 등 폭넓게 해법이 제시됐다.

정말 계획대로만 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확 높아질 것도 같다. 그런데 왜 지난 10년 동안 100조원 가까운 돈을 썼는데 출산율이 제자리일까. 계획과 대책이 없어서일까? 일본처럼 저출산 대책 담당 장관이라도 임명해야 하나? 아내와 출산한 아내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50만원, 임신하면 지원되는 바우처 부족..병원에서 오라는대로 갔다가는 50만원 훌쩍 초과", "1,2차 기형아 검사 작년엔 무료였는데, 올해는 예산소진으로 지원 엉망진창", "맘 놓고 아기 맡길수 있는 직장보육시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출산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획기적인 저출산대책을 만들면 노벨상 감이란 우스개도 들린다. 애초부터 개인의 자유인 출산 문제를 정부가 콘트롤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정부 정책의 세밀함이 아쉽다. 이번 시안을 만들면서 실제 엄마들의 의견을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하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집에 '엄마'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내 아내 처럼 단지 '안 맞아서', 또 출산의 고통이 힘들어서, 육아가 걱정돼서, 회사에서 잘릴까봐 엄마들이 출산을 꺼린다. 그런 엄마들에게 출산을 권하려면 장밋빛 환상보단 모성을 자극하는 감동을 줘야한다. 퇴근길에 만두를 사가지고 가서 다리를 주물러주며 물었다. "힘들지? 둘째 낳을까?" , "음..나중에 생각해보고!" 완고하던 아내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진 것도 같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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