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그룹이 결국 화학사업을 모두 정리한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의 사업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핌 DB> |
삼성SDI는 케미칼 부문을 가칭 ‘에스케미칼’로 내년 2월 분할해 지분 전량을 2조5850억원에 매각한다. 단, 지분 중 90%는 즉시 매각하고 나머지 10%는 협력관계 유지 차원에서 3년 후에 넘기는 옵션을 걸었다.
케미칼 사업 부문 분할 기일은 2016년 2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확정한다. 삼성SDI는 주총 승인 후 법인 설립 및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2016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가 보유한 14.65%, 삼성전자가 보유한 8.39%, 삼성물산이 보유한 5.59%, 호텔신라가 보유한 2.24%, 삼성전기가 보유한 0.26% 등을 판다.
삼성정밀화학 지분 매각으로 삼성BP화학 지분 49%가 함께 넘어간다. 매각 금액은 총4650억원이고 거래는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할 예정이다.
재계는 이번 빅딜이 최근 정부의 ‘자발적’ 산업 구조조정 주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업 재편 구상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전자·IT·바이오 중심으로 꾸준히 기존 사업들을 정리해 왔다. 인력재조정 작업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 본사를 수원사업장으로 옮기는 이슈, 금융계열사를 서초동 사옥으로 한데 모으고 삼성물산 등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이슈, 삼성전자 연구조직 인력 75%를 현장으로 전진 배치하는 이슈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부문 분리,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재추진 등 구조조정 이슈가 걸리지 않은 계열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재계는 사업 구조 개편이 단순히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차원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화학 사업 철수를 비롯해 지난 7월 단행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같은 굵은 이슈들이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이 재편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대전제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 등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주도적으로 신성장동력 사업 등을 이끌어 가는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삼성전자도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부문이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비롯해 삼성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의 경우 증권사 1곳이 예측을 먼저 했는데 내부적으로 다들 그럴 일 없다는 분위기였으나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는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3곳의 매출규모 합계는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의 매출규모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