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해외직구가 인플레이션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외직구 등 유통구조 변화를 통화정책 수행시 고려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최창복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발표한 '해외직구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효과(BOK이슈노트)'에서 "해외직구가 직∙간접적인 가격경쟁 유발을 통해 유통구조 변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국내외 가격차 축소를 통해 負(-)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있음을 CPI 세부 구성항목을 이용하여 실증 제시했다"고 밝혔다.
해외직구는 초기 해외거주 및 유학 경험이 있거나 명품을 선호하는 20대 젊은 여성들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직장인, 주부 등 일반인들로 확산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구 선호 확대는 일부 품목의 국내외 가격차가 큰데다 전자상거래 여건이 개선되고 FTA 면세 효과도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국내보다 해외직구 가격이 약 30% 저렴한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국내외 가격차이는 평균 15% 정도로 간주했다. 이에 실제 해외직구 실적은 2012년 8000억원에서 2014년 1조6000억원으로 2년 만에 2배로 늘어나는 등 최근 급증세를 보였다.
<자료제공=한국은행> |
이러한 해외직구 급증은 인플레이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병행수입에 따른 정책효과로 독점 수입되는 아동복, 신발, 캠핑용품 등의 판매가격이 2013년도에 평균 10∼20% 하락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수입물가가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2006년 IMF WEO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 수입가격의 실질 하락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에 1998∼1999년중 –0.5%p, 2002년에는 –0.25%p만큼 기여했다. 미국의 경우, 수입가격 하락이 국내 생산자가 의도하는 마진을 줄임으로써 90년대에 연간 인플레이션을 약 2%p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쟁 변화와 관련된 상대적인 수입물가의 변화가 1983∼2006년중 상품가격 인플레이션 변동성의 1/3 이상을 설명한다"며 "2012년 1월 이후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된 주요 해외직구 대상품목의 물가상승률은 해당 품목군의 여타 품목보다 크게 낮은 추세를 보여, 해외직구가 물가상승률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GDP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진단이다. 최 연구위원은 "해외직구로 소비는 늘어나지만 수입으로 감안되는 부분이라 GDP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
그 외 해외직구 급증은 가격과 밀접한 유통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직구가 새로운 유통채널로 등장하면 유통업자들간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에 제조업자에 대해 거래 협상력이 강화된 유통업자의 요구로 가격 하락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예로는 백화점 저가 판매,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해외직구 지원 등이 꼽혔다.
최 연구위원은 "해외직구는 온라인 유통경로를 추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유통경로 간 경쟁을 유발하는 한편, 이를 통해 국내 유통경로를 해외 유통경로 수준으로 효율성 제고(유통단계의 축소와 거래 단순화 등)를 자극하게 된다"며 "글로벌 경영을 통해 이익극대화를 도모하는 다국적 기업의 국가별 가격차별화 전략과 현지 유통업자의 가격인상 욕구가 제약을 받게 되고 가격은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직구 등에 따른 유통채널 상 변화의 유의한 효과를 인플레이션 전망에 반영하고, 통화신용정책 수행 시 이러한 효과를 고려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외국제품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산업의 경쟁력 제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 있는 국내 제품에 대한 외국인 및 해외 거주자의 역직구 확대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