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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출시장 '판도변화' 힘의 균형 깨졌다

기사등록 : 2015-11-0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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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넌트 라이트론 비중 45% 달해, 의미는?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커버넌트 라이트 론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몸집을 크게 불려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종적은 감췄던 금융 거래가 대폭 증가, 유럽 자본시장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화 동전 <출처=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캐피탈 IQ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전체 여신 가운데 커버넌트 라이트 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대표적인 고수익 고위험 채권으로 분류되는 커버넌트 라이트 론은 2007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7%의 비중을 보이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유럽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등장한 이 대출 채권은 올들어 경이로운 외형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제시하는 재무건전성 요건을 갖춰야 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별도의 협상 과정을 통해 신용 제공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커버넌트 라이트 론은 대출 요건이 매우 제한적이다.

본래 미국에서 성행했던 커버넌트 라이트 론이 유럽에서 열기를 보이는 것은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힘의 균형이 바뀐 정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초저금리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동원, 투자 수익률을 압박한 데 따라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미치 레즈닉 신용 헤드는 “커버넌트 라이트 론은 이미 유럽 금융시장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며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럽 금융업체들이 미국 금융권과 보다 직접적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여건이 조성된 것도 커버넌트 라이트 론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유럽 금융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고, 자금 수요자들은 미국으로 발을 돌렸다.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애덤 프리만 파트너는 “여기서 대출자들은 커버넌트 라이트 론을 처음 접했고, 수요가 늘어나자 유럽 금융권 역시 이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유럽 자본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그 밖에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데트엑스플레인드의 파인바 모스틴 윌리엄스 커버넌트 라이트론 책임자는 “대출자와 금융권의 관계가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며 “금융회사 측면에서 안전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태가 같은 커버넌트 라이트 론이라고 해도 미국에 비해 유럽의 잠재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관련 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시장 여건과 유동성이 형성돼 있지만 유럽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리사 건디 커버넌트 책임자는 “올들어 9월 말까지 유럽 커버넌트 라이트 론의 신용 상태가 악화된 동시에 채권자 보호 장치는 더욱 약화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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