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12월 미국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졌으며 우리나라 경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또 미 금리 인상으로 국내외 시장금리가 오르기 전에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을 시급히 처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11월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의 우리나라 기업 상황이 좋지 않다기 보다는 향후 대외 여건이 녹록지 못하기 때문에 대비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한 차례가 아닌 꾸준히 올린다는 전제를 하면, 전반적 금리 상승으로 한계 기업과 과대 채무 기업에는 분명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시급히 처리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그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옐런 의장의 의회 연설이나 고용지표 등을 고려하면 12월 인상 기대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시장에서 선물 금리에 반영된 12월 금리인상 확률도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에 대해서는 이전의 3% 중반보다는 낮아졌으나 2%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러 추정방법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안정성을 확인한 후에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최근 3분기 민간소비가 개선세를 보이는 이유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나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와 같은 정책 효과가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다만 3분기 소비의 개선세는 메르스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용 시장 개선과 가계 실질 구매력 증진을 예상하면 민간소비는 앞으로도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 블랙프라이데이 효과 등으로 소비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10월 전망처럼 소비가 계속 늘까?
- 정부 개별소비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효과 같은 정책 효과가 3분기 소비 증가율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경제주체 심리가 개선되고 임금 증가 등 가계 실질 소득 증가도 소비개선에 많은 기여를 했다. 다만 이는 메르스 사태 이전 추세로 복귀한 정도라고 본다. 고용 시장 개선과 가계 실질 구매력 증진을 예상하면 민간소비는 앞으로도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 12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 발작 어느 정도로 보는가? 대응책은?
- 12월 미국 인상으로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금리 급등 가능성 등 우려가 높아지는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경상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경제 여건 양호 금융부문 외환 건전성도 양호하다. 현재로선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진 않다. 여러가지 대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부 취약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기준금리 0%까지 낮춰야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금리인하 가능성 유효한가?
- 저도 그 주장을 봤는데, 기준금리 1.5%에서 인하 여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제로금리까지 낮춰야 된다는 주장은 좀 과하다. 0% 금리까지 갔을때 부정적 영향을 간과한게 아닌가.
▲ 잠재성장률 3% 유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많은 기관들이 잠재성장률 2%대로 가정하고 전망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잠재성장률 떨어졌다면, 수출과 인구문제 중 어떤 부분의 기여가 크다고 보는가?
- 3% 중반이던 잠재성장률 수준은 최근 투자 감소, 노동력 감소 등을 고려할 때 3% 중반보다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대로 낮아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단지 성장률은 말 그대로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 감소와 같은 일시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 잠재 성장률 공식적으로 공개할 생각 없나?
- 잠재성장률은 비관측 변수이기 때문에 추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추정작업을 진행 중인데 안정성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후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 내년 물가안정 목표치 설정하는데 고려하는 대내외 변수는?
- 현재 운용 물가안정 목표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다. 소위 공급 측면에서 원유의 과도한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변화를 반영치 못한 측면이 있다. 물가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시킬 수 있는 요인. 즉 인구구조 변화, 또 물가의 중기적 수요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성장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수준 등 다양한 주안점을 두고 내년 이후 적용할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 정부 주도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이 긴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현재 기업 사정이 IMF 때처럼 좋지 않은 것이냐는 얘기도 있다. 현재 기업부채 리스크 어느 정도로 보는가? 미 금리인상 영향은?
- 기업 구조조정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자 생산성을 도모하는데 목표가 있다. 따라서 이는 상시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그간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서 경제 효율성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업 상황이 좋지 않다기 보다 앞으로의 상황 대외 여건이 녹록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이 금리를 한 차례가 아닌 꾸준히 올린다는 전제를 하면, 전반적인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계기업, 과대 채무기업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시급히 처리할 과제다.
▲ 원활한 구조조정 부채관리 면에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야 된다는 중요성도 제기된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인하 가능성 점치는 의견도 있는데?
-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통해서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하는게 구조조정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리 수준은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는데 특별히 애로 요인이 되고 있진 않다.
▲ 미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올린다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한은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나?
- 10월 FOMC 이후에 12월 인상 기대가 높아진게 사실이다. 이후 옐런 의장의 의회 연설 내용 등을 고려하고 고용지표도 괜찮게 발표되고 해서 12월 인상 기대가 높아진게 사실이다. 금융시장에서 선물 금리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상 확률도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 중국 경기 수준 전망은? 중국 금리인하 기조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중국이 경기 위축을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정책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이 구조적 요인으로 과거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렵겠지만, 목표하는 6% 후반 7% 사이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금리인하로 통화정책 변화를 시도했지만, 중국뿐 아니라 미국 금리 정책도 한은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건 아니다. 이들 정책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 금융여건 변화를 바탕으로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 수출 회복 없이는 내수 회복 지속성도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 생산 측면에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 그러면 다시 기업 임금이나 고용에 영향을 줌으로써 내수 둔화를 초래한다. 수출 회복이 안된다고 해서 내수회복이 어렵다고 말할순 없다. 다만 우리경제에서 수출 차지하는 비중 높기 때문에 수출 감소가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건 사실이다.
▲ 최근 한미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이를 금통위가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가?
- 일시적으로 역전이 있을 수는 있다. 이에 대한 자본유출 우려를 얘기하시는 것 같다. 10년물 금리는 거의 붙어있지만 외국인이 우리 국내에 투자하는 채권은 주로 5년 이하의 중기 채권이다. 5년 이하 국고채 금리는 현재 미국(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상황이다. 3년물로 따지면 50bp 5년물도 20-30bp 내외로 (국내 금리보단) 높다.
▲ 10월 의사록에서 현재 낮은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하락 때문이라면 통화정책으로 성장률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과 부합한다고 생각하시는지?
- 잠재성장률 낮아지면 현재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낮은 성장률은 경기적 요인에 의해서도 촉발된 부분이 있기에 필요할 때는 통화정책과 정부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 수출 부진에 대해서 통화정책 대응의 여지가 있는가?
- 통화정책을 수출만 놓고 운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화정책이 수출에 영향을 줄 순 있다. 금리변경은 어느 정도 환율에 영향을 준다. 또 환율이 어느 정도는 수출에 영향을 준다. 다만 금리와 환율 간의 관계가 일방향으로 작용되는건 아니다. 환율과 수출의 관계도 많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 수출이 환율 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 10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떨어졌다. 오늘 금통위서 이에 대한 분위기는?
- 10월 수출 큰 폭 감소의 원인은 석유 가격 하락하면서 수출 단가 하락 영향이 컸다. 또 작년 10월이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한 달이라 그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수출 부진은 경기적 요인뿐만 아니라 구조적 요인도 같이 작용한다. 수출 부진에 대한 원인 규명은 여전히 금통위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 설 명절, 총선, 금통위원 퇴임 등 이같은 이벤트가 있을때 과거 금리 조정 사례를 보니 5번 밖에 없었다. 향후 이런 이벤트가 금통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 통화정책은 당시 금융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지 추석이나 설 등 이벤트는 통화정책 결정에 고려사항은 아니다.
▲ 일각에서는 과도한 유동성이 구조조정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보시는가?
-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업황 및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일정부분 작용하는건 사실이다. 금리 정책은 기저효과도 있지만 부정적 효과도 있다. 지금까지는 거시경제 상황이 상당히 중요했기에 성장 모멘텀 살리는게 무엇보다 시급했기에 지금까지 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이제는 성장 모멘텀 회복도 중요하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같이 병행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 최근 TPP 관련해서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중앙은행 차원에서 준비하는게 있는지?
- 현재 준비하고 있다 말할순 없지만, 내용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외환당국 입장에선 일관된 원칙을 갖고있다. 환율은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단지 그게 위든 아래든 급격히 변동할 땐 시장 안정차원에서 스무딩 오프레이션은 필요하다(양방향으로).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