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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매파 勝’ 연준도 뒤통수 칠까

기사등록 : 2015-12-0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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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급등, ECB 매파 과소평가 '자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 행보에 투자자들이 보인 반응은 실망감보다 자성에 가깝다. 양적완화(QE) 확대를 겨냥한 외환 및 채권 베팅이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는 얘기다.

같은 상황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통해 또 한 차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 트레이더들은 달러화 매수 및 유로화 매도의 ‘쏠림 현상’에 대해 재고하는 움직임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양측의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지속되면서 달러화가 중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탈 것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단시일 안에 유로/달러 환율이 패러티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결론적으로 ‘호들갑’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월 600억유로의 자산 매입 규모를 유지한 채 양적완화(QE)의 종료 시한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한다는 ECB의 회의 결과에 유로화가 3% 가까이 뛴 것은 이 같은 시장의 속내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앞서 일부 투자은행(IB)은 ECB가 QE를 2018년까지 늘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공격적인 비둘기 행보에 대한 기대는 이날 ECB 회의 이전까지 유로화와 유로존 국채 수익률을 바닥권으로 끌어내렸다.

카스텐 브제스키 ING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는 물론이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까지 ECB 내부의 매파 정책자들의 영향력을 크게 저평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 연준으로 옮겨갔다. 이달 금리인상 여부가 아니라 같은 실수를 범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ECB의 비둘기 행보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던 것으로 드러난 것처럼 연준의 긴축 및 달러화 강세 전망 역시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레나 코밀레바 G플러스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연준과 아시아 중앙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일방향으로 쏠린 시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와 고용,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달 중순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ECB 회의 이후 유로화 급등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 여지가 더욱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얘기다.

미국 국채 선물시장은 여전히 이달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74%로 점치고 있다. 4일 발표되는 11월 고용 지표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경우 연준이 이달 긴축을 단행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하지만 첫 금리인상 이후 연준의 긴축 과정이 지극히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시장과 미국 국채시장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달러화의 단기 급등이 연준의 중장기 긴축 속도에 비해 크게 앞서나갔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유로화와 유로존 채권의 숏커버링이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은 가운데 ECB의 ‘카드’가 모두 소진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데이비드 아더 CRT캐피탈 채권 전략가는 “누구도 달러화 하락에 베팅하지 않은 상황이며, 여전히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ECB의 QE 추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 딕스마이어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채권 최고투자전략가는 “ECB의 이날 회의 결과가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향후 경기 악화에 대비해 일정 부분 정책 카드를 남겨 둔 셈”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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