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격한 언어로 경제활성화법안 등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에 대해서는 "오늘까지 1437일을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고 답답해 했고, "이번 총선 때 국민한테 뭐라고 호소를 할 것이냐"며 '국회 심판론'을 다시 거론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노동개혁 5대 법안, 테러방지법 등은 박 대통령의 촉구에 힘입어 19대 국회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악플(악성 댓글) 보다 무섭다는 무플(댓글 없음)에 떨고있는 법안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은산분리 규정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하자는 게 골자다. 현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정하고 있다. 이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10%에서 50%로 확대하자는 게 개정안이다. 카카오나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금융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다만 산업자본 중 60여개 상호출자제한집단 즉, 재벌은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장치도 법안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가 법안 심사일정을 잡지도 않고 있고, 논의 리스트에 은행법 개정안을 올리지도 않고 있다.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2008년과 2011년 두차례에 걸쳐 은행법 개정은 좌절된 데 이어 올해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업계에선 올해 웃지 못할 '우간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우간다(81위)보다 낮은 87위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 평가는 금융소비자들의 설문조사로 기초로 이뤄지므로 양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감안해서 봐야한다는 설명이 있었음에도 금융혁신의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금융혁신 방안 중 하나가 인터넷전문은행이고, 금융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핀테크다.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은행 컨소시엄, 케이뱅크(KT 컨소시엄) 등은 은행법 개정 후 카카오, KT 등의 지분을 늘려 사업을 주도하게 하려던 구상이 틀어지게 된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 ICT 기업이 보조적인 역할만 하게되면 혁신적 은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를 투입해 금융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어렵게 투입한 메기가 새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국회가 나서야할 때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정경부장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