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1년 3개월만에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혐의를 벗었다.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은 지난해 9월 3일 시작됐다. 당시 독일 가전박람회(IFA) 참석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조 사장은 자툰 슈티글리츠, 자툰 유로파센터 등 인근 매장 두 곳에 진열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를 임원 2명과 함께 살펴봤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이 지난해 9월 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프리미엄 빌트인 LG 스튜디오를 포함한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키친패키지사업부장 송승걸 상무, 조성진 본부장, 어플라이언스연구소장 김영수 상무.<사진제공=LG전자> |
조 사장 일행이 다녀간 후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 파손이 발견됐다. 삼성전자 현지 주재원은 매장을 방문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일행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CCTV 확인 결과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힘주어 미는 모습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이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 사장 일행을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LG전자측은 언론 해명자료를 통해 조 사장의 행동이 일상적인 하중체크이며 다른 매장에서도 똑같은 하중체크를 했고 삼성전자 제품을 고의로 파손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를 같은해 6월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현존하는 가장 진화한 최초의 스마트 세탁기'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삼성전자는 제품에 하자가 있을리 없다며 해명자료를 승인한 LG전자 홍보담당 임원도 명예훼손으로 수사의뢰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이 세탁기를 파손해 증거를 조작했다며 맞고소를 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LG전자 여의도 사무실과 창원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조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조 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임원 3명은 올해 2월 초 불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은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 세탁기 파손 당시 현지 가전양판점에서 자신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31일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최고경영진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세탁기 분쟁은 물론, 나머지 두 그룹 사이에 진행되던 분쟁도 종결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것.
합의문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 4명이 도장을 찍었다.
그럼에도 조성진 사장 등의 혐의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검찰은 삼성과 LG간 합의와 별개로 공소를 유지, 형사 사건으로 진행해 왔다.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 사장이 경쟁사 세탁기를 고의로 손괴하고도 경쟁사 세탁기를 폄하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승인했고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징역 10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조 사장쪽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는 11일 선고공판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탁기가 파손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조 사장 일행때문에 파손됐다거나 조 사장이 세탁기를 파손시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폐쇄회로 TV 영상에서 나타난 조 사장의 행동 등에 비춰보면 세탁기 도어에 강한 힘을 주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강한 힘을 가했더라면 세탁기 본체도 흔들렸을 텐데 이같은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 사장 등의 방문 이후에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다른 원인 때문에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쉽사리 배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조 사장 등이 허위 보도 자료를 배포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보도 기사 내용이 거짓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고, 사실이 아니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측이 지난 3월 합의와 함께 조 사장 등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점을 감안해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대한민국 대표 굴지 기업으로서 상호 존중 상생의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