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실질성장률뿐 아니라 경상성장률도 관리하기로 했다. 경상성장률이란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이다. 0%대 상승률의 저물가가 계속돼 체감성장률이 떨어지자 정부가 적극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1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갖고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향후 거시정책을 실질성장률 관리에서 실질·경상성장률 병행 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사전 브리핑에서 "물가안정목표 재설정을 계기로 체감 중시 거시정책 운용을 위해 경상성장률을 실질성장률과 병행해 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
정부가 경상성장률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일례로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0% 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을 이어오다 지난달 1.0% 올랐다. 1년 만에 0% 대 상승률에서 벗어난 것. 정부는 이 같은 저물가 상황이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경제 성장 체감도가 떨어지게 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정은보 차관보는 "경상(성장률)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사회, 세계적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으로 저물가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국내외 변수를 감안했을 때, 물가 상승을 감안한 경상성장률이 가계나 기업이 체감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적극적으로 물가를 올리겠다 또는 적어도 저물가 상태를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5%로 잡았다. 올해 연간 상승률 전망치 0.7%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이것이 한국은행에 대한 정부의 금리 인하 주문은 아닌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각 0.25%씩 총 1% 내린 뒤 이달까지는 6개월째 1.50%를 유지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물가 관리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다"며 "물가는 한은의 통화정책과 연관된 것이어서 한은과 통화정책을 공조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재설정했다. 내년 이후 3년간의 중기 물가안정목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 기준 2.0%로 설정했다. 이는 기재부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보다도 0.5%p 높은 것으로, 올해 전망치 0.7% 대비로는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한국은행 조사국 관계자는 "우리와 (물가안정목표를) 협의할 때, 그런(금리 인하) 말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물가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 정부가 생각하는 바를 충족시키리라 본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정부의 저물가 탈피 의지는 금리 인하와 더불어 임금 인상 주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경제계를 향해 임금을 올려야 경제가 살아난다며 임금 인상을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경기 침체의 원인을 총수요 부진으로 보면서 그 배경에 가계 소득 부진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정부는 정규직 전환 근로자 임금 증가액에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근로소득 증대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서 임금 인상 추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거시정책 전체 차원에서 적정한 물가로 가기 위해서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오르게 하거나 내리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1%, 경상성장률을 4.5%로 각각 전망했다. 올해보다 경제성장률은 0.4%p 상승, 경상성장률은 0.5%p 하락한 수치다. 내년 취업자는 35만명 증가하며 올해보다 3만명 더 늘어나고, 고용률(15~64세)은 66.3%로 올해보다 0.6%p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수출(2.1% 증가)보다 수입(2.6% 증가)이 더 늘면서 경상수지는 지난해보다 140억달러 줄어든 980억달러 흑자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