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따라 ▲천재지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경우에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정 의장은 16일 간담회를 열고 "의장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며 "과연 지금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그렇게 볼 수 있느냐 하는 것 자체를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 개인도 그렇고, 여러 자문하는 전문가들 의견도 저와 생각이 같다"며 "어제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왔길래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좀 찾아봐 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는 제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란 것을 꼭 잘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
반면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의 경우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직권상정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은 올해 연말을 넘기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안다"며 "국민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참정권인데 내년 선거가 4개월 남은 상황에서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오는 31일이 지나면 입법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서 "입법비상사태가 발생 되거나 그 직전에는 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찾아와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이어 청와대 기자들에게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밥그릇 챙기기란 표현은 저속할 뿐 아니라 합당하지 않다"며 "19대 국회의원들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면 그 말이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심대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여야 지도부 간 회동과 관련해서는 "균형의석을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부분에 대해 "OECD 34개국 중 32개국이 다 18세"라며 "우리도 이제 선진국,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OECD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는 18세를 이번 선거부터 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당에서 선거 연령 18세 인하에 심사숙고하고, 야당에는 경제법·테러방지법 등 야당이 제안한 것들을 포함해 6가지 법안을 일괄처리할 수 있도록 올해 연말까지 합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충분히 대화하면 타협점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