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박예슬 기자] "면세점에서 바로 연결되는 통로도 제대로 없고, 뭐 여기까지 보고 가겠어요?"
27일 오전 서울 용산역 인근 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 3층서 만난 상인들은 HDC신라면세점 입점에 따른 관광객 유입 효과에 대해 이 같이 일축했다.
'전자제품 메카'로 불리는 용산의 대형 전자상가는 지난 24일 가오픈한 HDC신라면세점과 한 몸이다. 신라면세점 역시 오픈 전부터 주변 전자상가(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와의 '상생', 그리고 전자상가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위치도 용산 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 3층부터 8층까지로 정했다.
HDC신라면세점이 입점한 용산 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 3층 모습. 면세점과 디지털 상가 사이를 벽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김겨레 기자> |
하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끝물인 27일 이 곳을 찾은 기자들은 신라면세점 측의 이 같은 기대와 활성화 조짐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 8층서 휴대폰을 팔고 있는 상인 이승호(49)씨는 “연휴(25일, 26일)동안 면세점 구경 온 손님은 많았다"며 "하지만 여기까지 넘어오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별 기대가 없다"고 냉소했다.
심지어 면세점 입점에 따른 효과는커녕 손해를 봤다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카메라 매장서 근무하는 김갑중(42)씨는 "면세점 공사 때문에 소음, 먼지가 일어나 오히려 있던 손님도 줄어드는 것 같다"며 "딱히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8층 휴대폰 상가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은 외국인이었지만, 이들은 관광객이 아닌 기존에도 이용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라고 한다. 내국인처럼 할부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없어 현찰로 ‘중고폰’을 구매하러 오는 고객들이다. 이들은 면세점의 주요 고객층인 관광객과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건물은 하나를 같이 쓰고 있음에도 너무나 다른 이 같은 분위기는 이상한 건물구조와 통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자상가 상인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면세점을 찾은 고객이 아이파크몰로 가려면 다시 맨 아래 출입구인 3층으로 내려와서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의 강점인 넓은 주차장 역시 용산 전자상가쪽은 아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면세점이 입점한 아이파크몰에서 600m가량 떨어져 있는 '전자랜드'로 이동하는 구름다리도 허술했다. 이정표가 미비돼 가는 길에 노숙자들이 길을 막아서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전자랜드에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는 PC 상가도 적막하기는 마찬가지. 이곳에서 PC를 판매하는 상인은 "전자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신라면세점에서 발급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효과는 모르겠다"며 "일단 그 쿠폰을 들고 (면세점에서) 넘어오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은 "손님이 좀 많아지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긴 하다"면서도 "다만 외국인 관광객 버스 주차공간이나, 면세점에서 넘어오는 구름다리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실제 넘어오는 고객들이 있을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면세 안내 표지가 붙어있는 매장에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관광객 잡는다고 면세는 해주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10월 '용산 드래곤IT 페스티벌'을 후원하며 주변 상권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박예슬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