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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도림엔 있고 용산엔 없는 것

기사등록 : 2015-12-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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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판매 양대산맥 신도림과 용산의 '희비'

[뉴스핌=김성우 기자] 정답은 계산기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선 계산기로 가격을 흥정한다. 단말기통신유통법(이하 단통법)이 도입된 뒤 생긴 독특한 방식이다. 신도림 판매상들은 제품 가격을 계산기에 찍어서 보여준다. 가격을 직접 언급하면 ‘폰파라치’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계산기 거래’는 신도림을 ‘불법 보조금의 성지’로 만들었다. 최근 휴대전화 유통업계는 불황으로 고생하지만, 신도림만큼은 항상 고객들로 북적인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도 그랬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위치한 180여개 휴대전화 매장은 스마트폰을 사러 온 고객들로 붐볐다. 컴퓨터와 가전제품을 파는 다른 층보다 사람이 많았다. 적게는 두 셋, 많게는 열 명이 넘는 고객들이 매장마다 서서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곳곳에선 계산기를 두들기는 업자들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경. LG 유플러스의 보조금이 가장 많았다. ‘New음성무제한데이터 599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LG V10은 24만원, 아이폰6 16G는 29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두 단말기의 출고가는 79만9700원과 69만9600원으로 합법적인 판매가는 53만9800원과 42만9350원이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판매점 직원은 “오늘은 LG를 사시라”며 “(합법적 판매가 이외의) 나머지 금액은 ‘페이백’(계좌이체)해주겠다. 당일 드리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25일 신도림 테크노파크 9층 휴대전화 판매 매장이 많은 고객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김성우 기자>

이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반하는 눈치였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고 방문했다고 밝힌 한 남성은 “신도림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싼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신도림에서 계속 핸드폰을 사겠다”고 귀띔했다. 남자친구와 휴대전화를 사러 왔다고 밝힌 여성 고객은 “조금 복잡하다”면서도 “남자친구 덕분에 휴대전화를 정말 싸게 사간다”이라고 밝게 웃었다.

단통법에 대한 고객들의 냉소도 들렸다. 경기도 안양에서 왔다는 한 고객은 “단통법 시행 전에는 인터넷으로도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었다”며 “휴대전화 때문에 신도림까지 와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는 달리 27일 방문한 용산 아이파크몰은 신도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산한 분위기 속에 휴대전화를 사러온 한국인 고객보다 중고폰을 구입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더 많았다.

“폰파라치 때문에 불법 보조금은 못드려요.” 이날 아이파크몰 8층에 위치한 휴대전화 매장의 한 직원은 이렇게 답했다. 매장을 다섯 군데 찾았지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매장은 없었다. 한 직원은 “아이폰은 공시된 43만원까지밖에 드릴 수 없어요”라며 “저도 단통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신도림과 용산은 과거 누리꾼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판매의 양대산맥’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평가는 엇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용산전자상가는 각각 ‘ㅅㄷㄹ’과 ‘용던전’으로 불리고 있다.

신도림의 자음만 모은 ㅅㄷㄹ은 단통법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용던전은 용산과 던전(몬스터가 많이 나와 게임 플레이가 힘든 지역을 지칭하는 용어)의 합성어다. 휴대전화를 저렴하게 구입하기 힘들단 의미가 담겨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우 기자 (giz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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