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모처럼 갖는 자린데 솔직하게 얘기합시다. 궁금한 것들 다 물어보세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지난 2007년 펀드붐이 일던 당시 간담회 형식을 빌어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의미 혹은 규모상 이런 공식 간담회 자리는 창립 이후 유례없는 일이다. 대우증권 인수가 미래에셋, 그리고 박현주 회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단편이기도 하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미래에셋, 대우증권 인수로 약점이 강점될 것"
2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선 박 회장은 가장 먼저 "대우증권과의 합병이 엄청난 케미스트리를 이룰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이 IB와 트레이딩 부문에서 취약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때문에 대우증권 인수가 지금까지 미래에셋이 가졌던 취약점을 극복하고 전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없는 기회'라고 그는 확신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생명은 변액연금 1등 운용사로 선방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도 글로벌 자산배분을 하는 것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다만 IB분야와 브로커리지, 트레이딩이 취약한데 이 부분이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상당히 보완되고 미래에셋의 약점이 강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의 막강한 리서치 능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해외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내 최고 수준의 리서치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미래에셋대우증권에 오면 글로벌 주식들을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시킨다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구조조정 등 완전 고용 승계와 관련된 대우증권 직원들의 불안감에 대해 "이해한다"며 "상처주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박 회장은 "자기 의지로 직장을 옮겨도 불안한데 의지와 관계없이 변화가 일어난다면 불안해 할 수 있다"면서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치면 보다 더 안정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큼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후배들에게 상처를 줄 수 없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주는 일을 할 것"이라며 "인력을 일부 계열사로 보내는 것도 지원자들에 한해 진행하면 되지 구태여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대우증권과의 합병 이후에도 꾸준한 자기자본 확대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밝혔다.
박 회장은 "금융투자회사는 기본적으로 자본금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만큼 여전히 갈증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위해선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은 일에 앞장설 것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들이 당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며 미래에셋 역시 이 같은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포부도 내비쳤다.
간담회 내내 'Innovator(혁신가)'라는 표현을 수차례 강조한 박 회장은 "새로운 그림을 그릴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이러한 부분은 큰 꿈을 갖고 증명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 "지주사 전환? 야성 잃을까 고민"
그런가 하면 지주사 전환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신법) 문제 등에 대한 질문도 피해가지 않았다. 박 회장은 23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도 등재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경영하는 데 있어 이 부분은 마음에 걸린다"고 답했다.
그는 "연봉을 많이 받아 감추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지만 내 연봉은 9억"이라며 "자산운용사에 등재되면 다른 것을 못하게 해놨다. 창업자, 회장으로서 3개 회사에 다 들어갈 수 없을 뿐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지주사로의 전환과 관련해서는 "지주회사로 해놓으면 관리는 편하지만 야성을 잃을까봐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변화를 수용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이 부분이 줄어들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은 느슨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고 덧붙였다.
여전법에 대해선 "미래에셋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지배구조를 갖고 가면서도 야성을 잃지 않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에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야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해외 인수합병(M&A)을 하고 싶어 자본을 비축했던 것이지만 법이 바뀌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통합시 사명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대우증권이 갖는 증권사의 역사상 의미를 고려하면 대우증권 이름을 갖고 가는게 좋다고 본다. 대우증권 임원들과도 이야기해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