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올해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화두는 ‘중저가폰’이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마저 중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마니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고가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저가폰은 이미 시장에서 ‘싸구려’가 아닌 ‘대세’로 자리잡았다.
31일 이동통신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50만원대 이하의 중저가 스마트폰들은 프리미엄폰 못지않은 성능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지원금이 30만원 수준으로 제한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낀 점도 중저가폰 인기를 부채질했다.
SK텔레콤 전용폰 '루나'(왼쪽), KT 전용폰 '갤럭시J7'(가운데), LG유플러스 전용폰 'Y6'(오른쪽). <사진=TG&CO, 삼성전자, 화웨이> |
올해 국내 스마트폰 중저가 라인 중 가장 뜨거웠던 제품은 지난 9월 출시된 스마트폰 '루나'다. TG앤컴퍼니가 SK텔레콤과 손잡고 44만원에 내놓은 루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01, 안드로이드 5.0인 롤리팝, 1300만화소 카메라, 2900㎃h 대용량 배터리 등을 장착해 프리미엄폰에도 밀리지 않는 스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루나는 열흘만에 3만대 이상 판매되는가 하면 최근 출시 3개월만에 15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텔레콤이 31만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판매가는 1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그랜드 맥스(출고가 31만9000원), 갤럭시J5 (출고가29만7000원), 갤럭시J7(출고가 37만4000원) 등 다양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놔 경쟁에 불을 지폈다. LG전자도 클래스(출고가 31만9000원), 밴드플레이(출고가 34만9800원) 등을 출시했다.
이들 중저가폰은 합리적인 가격에 화면 크기나 해상도, 기본 스펙이 고가 제품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갤럭시 그랜드 맥스는 5.25인치의 화면과 1300만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해 상반기 '효도폰'으로 각광받았다. 갤럭시 J7은 5GB 램, 16GB 내장 메모리, 3000mAh 배터리를 장착해 루나의 아성에 도전했다. LG 밴드플레이 역시 2GB램, 1300만화소 카메라, 2300mAh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중저가 모델들이 1~2년전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준의 스펙을 갖추고 출시됐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를 통해 'Y6'를 15만원대에 내놨다. 국내에 10만원대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화웨이가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월 2만9900원 요금제만 사용해도 13만4000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사실상 '공짜폰'으로 국내에 진출한 것.
국내 중저가폰 열풍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갤럭시S6 시리즈의 출고가를 최대 12만원 내려 70만원대로 낮췄다. 갤럭시 노트2와 노트3는 100만원대에 출고됐었지만 올해 노트5는 89만9800원으로 몸값을 낮췄다. LG전자도 지난 9월 G4의 출고가를 20만원 넘게 인하하고 지난 10월 전략 스마트폰 'V10'을 79만9000원에 출시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은 고가폰 중에서도 유일하게 100만원이 넘는 출고가를 유지하며 콧대를 꺾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10월 아이폰 6s 128GB를 113만800원에 출시했다. 지난해 아이폰6 128GB를 105만6000원에 내놓은 것에 비해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인도나 중국에서 아이폰 가격을 인하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국내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다만 외신들은 내년 애플이 보급형 모델 아이폰6C를 40만~50만원대에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애플 매니아들의 지지로 고가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이 최근 샤오미나 화웨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저가 모델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폰6C의 국내 출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중저가폰의 인기는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며 "단통법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록 고가의 프리미엄폰은 매니아들만 찾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