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은행권의 2016년 1분기 실적 쇼크가 우려된다. 11~12월 실시된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로 대손충당금을 내년 1분기에 반영해야 해서다. 신용위험평가는 정기적으로 2분기에 실시, 충당금을 반영했는데, 올해는 수시로 한차례 더 실시했다.
30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금융권 대출 등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중 368개사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결과 구조조정대상은 19개사(워크아웃 C등급 11개사, 퇴출 D등급 8개사)로 신용공여액은 총 12조5000억원이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은 1조5000억원으로 신용공여액의 98%를 은행권이 차지하기 때문에 충당금 대부분이 은행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이번 충당금은 정기적으로 매년 2분기와 4분기에 실시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와 달리, 추가적으로 실시한 결과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예고에 없던 순익 감소 요인이다. 구조조정 대상기업도 이번 수시평가를 포함해 올해 54개사로 작년 34개사보다 훨씬 늘었다.
이에 따라 예년에 비해 충당금 충격에 따른 순익 감소 폭이 매우 크다. 이번에 예상된 충당금을 은행권 전체 순익과 비교하면 올해 9월말 누적기준 당기순이익 5조8000억원의 26%, 작년 전체 순익 6조원의 25%나 차지한다.
예상되는 충당금은 내년 초에 전액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므로 1분기 실적쇼크가 예상된다. 은행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1000억원, 지난해는 1조3000억원이다.
다만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주채권은행이 산업은행이어서 상장 은행들의 순익 감소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대형은행은 약 1000억원 가량씩 추가 충당금이 늘어날 것으로 금융권은 추정한다. 전체 여신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충당금이 늘어나는데, 그 비중이 9.5%로 가장 높은 KEB하나은행은 약 190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대기업 여신비중이 4.5%인 신한은행과 3.0%인 KB국민은행이 각각 900억원대와 6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류찬우 금융감독원 국장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충당금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BIS비율이 내려가겠지만 자본확충 능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예년처럼 2분기에 실시되고 수시평가는 상황을 감안해 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대송충당금이 추가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관리 강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태도 및 건전성 관리는 한층 보수화될 것”이라며 “기준금리의 하방압력이 완화됨에 따라 순이자마진(NIM)은 하락세를 마감해도, 가계와 기업(특히 대기업) 대출 규모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대손비용 증가가 우려되기 때문에 이익 규모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