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국내 증시가 또다시 박스권 탈출에 실패하며 한해를 마무리지었다. 올해 첫 개장일인 1월 2일 1926.44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30일 연초대비 34.87p, 1.8% 상승한 1961.31로 마감했다. 올해 상반기 2200선 부근까지 오르면서 전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큰 변동성 속에서 결국 시장은 2000선조차 지키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은 전반적인 상승세가 연출됐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기준 연간 최고점은 지난 4월 24일 기록한 2189.54p. 글로벌 경기둔화 등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투자자들 관심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종목으로는 제약과 바이오 등 테마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관광객 급증 및 코리아 뷰티 효과로 화장품주 역시 상승세의 선두 흐름을 이끌었다. 시장 일각에선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 끝, 불행 시작'. 머지 않아 악재가 출현했다. 고점을 찍은 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5월 이후 증시 흐름에 협화가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화장품·카지노·여행 등의 이른바 '유커 수혜주'로 불리는 종목들의 급락세도 잇따랐다. 내수 경기도 침체됐다.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세를 보이던 항공·호텔·유통 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8월 24일 장중 한 때 코스피지수는 1800.75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연고점 대비 17.7%나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하락세를 받아낸 것은 기관과 연기금. 기관은 이날부터 12월 말까지 총 7조8933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 했고 연기금도 4조1077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이 매도 포지션을 굳히면서 시장의 흐름을 크게 뒤집지는 못했다. 개인은 8월 24일부터 12월 29일까지 총 3조2833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 역시 8조3920억원을 내던졌다. 특히 유가 하락의 여파로 중동계 자금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급속히 유출되기 시작했다. 김형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들어서 이머징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높은 변동성도 올해 증시 특징이다. 지난해의 경우 코스피의 상단과 하단의 격차가 210포인트 수준이었던데 비해 올해는 390포인트로 확대됐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올해 증시는 하반기 금리인상과 신흥국 불안 등으로 코스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작년대비 고점은 높아졌고 저점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 안정적인 두자리수 수익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차별화된 흐름이 두드러졌다. 대형주는 주춤했고 중소형주는 상승했다. 30일 기준 대형주의 경우 -0.4% 수익률에 그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20%, 19.6% 로 시장 대비로도 크게 아웃퍼폼했다. 의약품과 화학, 음식료등 실적이 좋았던 업종들도 강세를 보였다. 다만 운수나 창고, 철강 등은 환율 등의 이유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도 큰 기대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훈 팀장 역시 "내년에는 저유가 효과가 사라져 기업들의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유가 효과가 국내 기업의 순이익 증가분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하기보다는 하단 저점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하락 변동성을 더 경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