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혁명은 손목 위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스마트워치가 아닌 스마트밴드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웨어러블 기기는 IT 전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삼성전자가 2013년 갤럭시 기어를 내놓으며 글로벌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지만, 스마트폰 판매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였다.
누군가는 디자인을 탓했고 혹자는 기능의 한계를 지적했다. 30만원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웨어러블 시장은 스마트워치가 아닌 스마트밴드가 열었다.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이 공동 설립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업체 핏빗(Fitbit)이 그 주인공이다.
핏빗 제품군<출처=www.fitbit.com> |
핏빗의 웨어러블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칼로리 소모량, 심박수, 걸음수, 수면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대를 55달러까지 끌어내린 것이 결정적인 대중화 비결이다.
지난해 애플워치가 출시되면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3분기 핏빗의 출하량 총 470만대로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1% 증가한 수치다. 애플워치는 390만대로 2위에 그쳤다. 대신 저가형 제품인 샤오미밴드가 370만대로 애플워치를 추격 중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심플한 디자인의 저가형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며 시장을 개척 중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기념품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샤오미 미밴드가 1만5000원,재클린 스마트밴드는 5만원대다. SK텔레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내놓은 스마트밴드 역시 5만~6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샤오미 미밴드는 만보계에 수면분석 기능을 갖췄고 2만원대 미밴드1S는 심박수도 체크하다.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재클린 스마트밴드는 스마트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칼로리 소비량과 수면패턴 분석이 가능하고 SNS, 문자는 물론 자신이 지정한 특정 앱의 알림을 받아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버스펙보다는 '스타일을 겸비한 기능'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웨어러블 시장은 거대 IT기업들이 독과점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밴드의 성공 속에 국내 이통사 역시 가성비 좋은 제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우리 아이 지킴이' 서비스인데 SK텔레콤은 'T키즈폰 준2', KT '올레똑똑'을 각각 최근 출시했다.
10만원 내외의 할부원금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음성통화는 물론 자녀 위치 실시간 확인, 위급 알람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SK텔레콤은 'T키즈폰', 'T아웃도어', 'T펫' 등을 내놓으며 웨어러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웨어러블 전용 요금제와 전용 디바이스에 관심을 많이 쏟은 결과"라며 "라인업을 늘리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출처:미래창조과학부> |
웨러러블 기기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2가지다. 한 쪽에서는 스마트폰의 성공과는 달리 성장의 여지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특히 스마트워치가 일부 매니아 계층에서만 수용될 뿐 대중적 수요를 낳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도래와 함께 웨어러블 기기의 역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글로벌 IT업계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열리는 CES2016에서 삼성전자는 '기어 S2 프리미엄' 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의 주요 웨어러블 기업인 I-Fit(아이핏), Fitbit(핏빗) 등도 신제품을 들고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솔백(Sol Bag), NFC 플랫폼(스마트 슈트/골프웨어/액세서리 등), 바디 콤파스 2.0, 웰트(WELT, 스마트 벨트)의 총 4개 분야 8개 웨어러블 제품을 내놓는다.
강현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는 IoT에서 인간 중심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자의 맥락을 인지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