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예슬 정재윤 기자] “아유, 새해가 되면 운세를 봐야죠. 매년 연초마다 보러 와요.”
인사동 한 사주카페에서 나온 박모(여, 51)씨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평균 80% 정도 맞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좀 힘들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낫겠지 싶어서 와봤어요. 그런 기대로 일 년을 사는 거고. 다행히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다고 하시네요"라며 밝은 얼굴로 떠났다.
2016년의 첫날. 1일 이른 아침, 인사동 점집거리를 찾았다. 이곳은 전문 역술업소 및 ‘사주포차’ 노점 등이 밀집돼 있어 ‘인사동 점집거리’로 불린다. 인파들 사이로 ‘손금’, ‘관상’, ‘사주’등의 글씨가 적힌 사주포차 몇 개가 눈에 띄었다.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점집거리'의 '점집포차'들. 포차 안에서 사주를 보고 있는 시민들이 보인다. <사진=정재윤 기자> |
새해가 되면 많은 한국인들이 '연례 행사'로 치르는 것이 있다. 바로 한 해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것이다. 21세기, 미신이 사라진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위력을 믿는다.
이날 사주포차 한 곳에서 신년 운세를 보고 나온 50대의 부부는 “올해 건강이 얼마나 좋을지, 돈을 잘 벌릴지, 아이들은 어떨지 사주를 봤다”며 “올해 운세는 좋다고 한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옆 포차에서 사주와 관상을 봤다는 20대 여성 두 명은 “평소에 점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 재미삼아 봤다”며 “(역술인이) 좋은 얘기를 해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인근에 위치한 사주카페에 들어섰다. 이곳의 메뉴판에는 전통차와 함께 사주와 이름풀이, 손금 등의 ‘메뉴’가 적혀 있었다. 사주는 3만원, 손금은 1만원이다.
이곳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역술인은 “하루에 10명 정도가 사주를 보러 오는데, 연말연시에는 조금 더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역술 강의도 13년째 하고 있다는 그는 “수강생은 보통 35명 정도”라며 “취미로 공부하는 사람이 10명 정도라면 나머지 25명은 홍대 길거리 등에서 영업하는 역술인들”라고 전했다.
메뉴판에서 보고 싶은 점의 종류를 고르면, 역술인은 흰 종이에 손님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 등을 적는다. 종이에는 복잡한 한자와 숫자들이 쓰여져 나갔다.
“목, 화, 토, 금, 수…. 초년운은 좋은데 중년과 말년이 그리 좋지가 않아. 그래도 총운이 '41점'이라 좋은 편이니 이거 믿고 살면 돼. 허허.”
역술인이 운세풀이를 하는 도중에도 다른 테이블에 손님이 앉았다. 예약 문의 전화도 걸려왔다. 그는 “예약을 안 하고 오시면 많이 기다릴 수 있으니 예약을 하고 오셔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역술인은 “방금 1팀 끝났고, 2시간 뒤에 다른 팀 예약이 또 잡혀 있어요.”라고 말했다. 과연 ‘점술시장’의 성수기임을 알 수 있었다.
아산정책연구원 통계(201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점을 1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38.3%에 달한다. 대략 10명 중 4명 정도가 자신의 운명을 점쳐 본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미신’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의 ‘조언자’가 돼 주고 있는 점술. 2016년 새해에도 점집에는 많은 이들이 각자의 고민과 소망을 안고 드나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정재윤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