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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채무 '늪' 빠진 증권사들, 안나오나 못나오나

기사등록 : 2016-01-0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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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할 상황 아냐" vs "리스크 한도 축소"

[뉴스핌=이광수 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우발채무의 늪에 빠졌다. 자기자본을 확대하고 빚을 줄이는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보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 수익 다각화 전략으로 대출확약과 인수약정 등의 영업을 강화한 결과다.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들의 우발채무에 따른 신용 리스크를 잇달아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불안해진 부동산 업황 속에서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7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우발채무가 자기자본 대비 100%를 웃도는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255.8%) ▲교보증권(200.4%) ▲HMC투자증권(159.6%) ▲하이투자증권(155%) ▲IBK투자증권(103.5%) 등이다.


우발채무는 돈을 빌린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갚겠다고 증권사가 보증하는 채무보증이다. 당장 대차대조표에 포함되지 않지만 규모가 클수록 잠재적 위험도 커진다.

◆ 시작은 좋았지만...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구조가 단순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 전략으로 대출확약과 인수약정, 미분양담보대출확약 등 IB업무를 강화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그 대가로 금액의 1% 수준을 받아왔다.

때마침 건설사와의 이해관계도 맞았다.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채무보증이 필요했던 것. 최근 3년 정도 이어진 부동산 경기 호조세가 이들 관계를 돈독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공여성 우발채무가 크게 늘었다. 한국용평가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은 "낮아진 수수료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신대출확약과 같은 신용공여 업무를 중심으로 IB수익을 무리하게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 끝은 신용등급 하락

이 같은 우발채무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금까지는 '주의'로만 끝났지만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5일 HMC투자증권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우발채무 익스포저의 절대규모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우발채무 중 무등급 또는 낮은 신용등급 거래 상대방에 대한 비중이 업계 평균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 지속됐다"고 조정사유를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지난달 하이투자증권의 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계열의 주력사업인 조선부문의 업황침체로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의 저하에 따른 것이지만 평가의견으로는 과중한 우발부채가 부담된다고 명시해 놨다.

우발채무로 인한 신용등급 조정은 앞으로 더 있을 수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설명이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우발채무 비중이 크거나, 증가속도가 가파르다고 판단되는 증권사에 대해 가이드라인과 기타 정성적 요소들을 반영해 신용등급 결정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올해부터 새로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체제가 전면 적용되면 등급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새로 적용되는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다시 업무 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NCR이 높을수록 증권사 건정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하는데, 새로운 NCR은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이 유리하다. 

증권사들, 리스크 관리 방안 모색

증권사들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실제 HMC투자증권은 작년 1분기(180.3%), 2분기(167.6%), 3분기(159.6%) 순으로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비중을 꾸준히 줄여왔다. HMC투자증권은 "신용등급이 우수한 시공사의 신용공여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담보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역시 작년 1분기에 249.6%였던 자기자본대비 우발부채 비중을 분기마다 30%p씩 감소시키고 있다. IBK투자증권도 마찬가지로 143%였던 우발부채 비중을 40%p 낮췄다.

하이투자증권은 2014년 4분기(202%), 2015년 1분기(183%) 등으로 점진적으로 우발채무를 관리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우발부채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부터는 신용공여 부서의 리스크 한도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조금 달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우리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종합금융업을 같이 하고 있다"며 "우발채무를 단순히 자기자본 대비로 규정해 위험성을 측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5%로 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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