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 삼성SDS의 임원 A씨는 얼마 전 사장 보고에 앞서 고민에 빠졌다. 투톱인 정유성 사장과 홍원표 사장 중 누구에게 먼저 보고를 해야 하나 싶어서다. 고심 끝에 정 사장 사무실을 찾아갔던 A씨는 사무실이 비어 있어 다시 옆 사무실의 홍 사장을 찾았는데, 마침 두 사장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장은 A씨의 보고를 함께 받았다.
지난해 단행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SDS가 사상 처음으로 2인 사장체제로 개편되면서 업무 분장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제기했다. 두 사장을 모시게 된 임직원 입장에서 어느 쪽에 먼저 보고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난처할 것이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두 사장이 예상 외로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모두 격식을 중요시 하지 않아 우려는 금새 사그라들었다.
12일 삼성SDS에 따르면 정유성 대표이사(사장)은 그룹 전반의 업무를 책임지며 홍원표 사장은 솔루션사업부문 만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홍 사장이 △빅데이터사업부 △응용모바일사업부 △스마트타운사업부 △사업추진실 △연구소 업무를 담당하고 정 대표가 그 외 물류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를 담당하는 스마트로지스틱스(SL)사업부 , 정보통신기술위탁(ICTO), 네트워크 담당하는 인프라센터 등 기존 사업부와 재무·인사·홍보 업무 등을 책임진다.
정유성 삼성SDS 대표이사(사장, 사진 왼쪽)와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장(사장) |
업무 분장이 확실하다 보니 일의 겹침이 적다. 통상 공동대표 체제의 경우 부하 직원이 양 대표 모두에게 결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두 번씩 손이 가고 결재 순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삼성SDS의 경우 공동대표 체제가 아니라 양 사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드물다. 또 정 대표가 경영에 있어 소통과 스피드를 중시해 문제 소지가 적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례적으로 두 사장이 본관 30층에 함께 집무실을 둔 것이 단적인 예다.
삼성SDS 관계자는 "정 대표가 예전부터 스피드와 소통을 중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취임 이후에도 일에 있어서는 홍 사장과 항상 협업해서 보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이 보고를 함께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정 사장과 홍 사장이 동시에 임명된 것을 두고 삼성SDS와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 사장이 삼성전자 인사 전문가 출신인데다가 지난해 그가 삼성종합화학 수장으로 있을 때 이 회사가 한화 품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홍 사장이 삼성SDS의 신사업 솔루션을 담당하고 정 사장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미션을 수행하는 시나리오를 업계는 그려왔다.
이와 관련해 정 사장은 지난달 취임과 함께 합병 및 구조조정설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S 관계자는 "정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사업장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구조조정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1956년생인 정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출신이지만 삼성 입사 이후 주로 인사업무를 담당해 '인사통'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삼성과 한화의 빅딜 당시 한화로의 이적을 거부하고 지난해 5월 사의를 표명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상담역으로 재직 중 지난해 말 다시 현업으로 복귀했다.
1960년생인 홍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2006년까지 KT 글로벌사업단장,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전무) 등을 지냈으며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부터는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에는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담당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