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발 충격에 전세계 위험자산이 일제히 내리 꽂히고 있지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과 독일, 영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금과 엔화가 상승 탄력을 받는 데 반해 선진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지 않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은행(PBOC)뿐 아니라 상당수의 중앙은행이 통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고 나섰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과 흡사한 형태의 시장 개입이 이미 전염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 6일 0.5%선까지 밀린 뒤 반등해 11일 0.54%까지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8일 2.11%까지 떨어진 뒤 11일 2.17%로 반등했다.
고강도 중국발 충격과 배럴당 30달러가 위태로운 국제 유가의 추가 약세를 감안할 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이들 국채의 향방은 한 마디로 ‘서프라이즈’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주식은 물론이고 원자재와 상품통화, 정크본드까지 위험자산이 일제히 하락하는 한편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밥 미셸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믿기지 않는 현상”이라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고조된 상황에 국채 수익률 상승은 매우 이레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의 움직임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중국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의 달러 자산을 매각,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 밖에 주요국 중앙은행 역시 중국 인민은행과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고, 이 때문에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투자자들은 특히 중동 국가를 주시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통화 가치 하락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액 자산을 매도,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중국이 미국 단기물 국채 매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만간 매도 영역을 장기물로 확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 이외에 다른 자산 역시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통화 가치 방어가 중국 이외 다른 중앙은행으로 확산되면서 국채는 물론이고 회사채와 주식 역시 매도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앤드류 홀렌호스트 씨티그룹 전략가는 “각국 중앙은행이 전반위 자산 매각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매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형태의 구두 개입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월가는 중국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최근 2개월 사이 약 2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소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