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진성 기자] “국민건강의 심각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재 44% 수준의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에는 29%까지 낮추겠다.”
2014년 말. 담뱃값 인상에 대한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대비 현저히 높아 국민건강 증진차원으로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 후 1년이 지나 복지부의 이같은 정책이 사실상 세수 확보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복지부가 내세운 흡연율 때문이다. 복지부가 발간하는 길잡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흡연율은 25% 수준이다. 남성이 44%, 여성이 6%다. 다만 잘 살펴보면 이 통계로는 우리나라 흡연률이 타 국가에 비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다. OECD 국가는 성인 흡연율이 아닌 만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2013년 기준 19.9%로 OECD평균 18.8%와 거의 흡사하다. 당시 2500원이라는 저렴한 담뱃값에도 불구하고 금연정책이 성공하고 있었던 셈이다. 같은 시기 OECD평균 담뱃값은 6.4달러(약 7900원)였다.
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성인 흡연율 조사도 OECD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OECD는 흡연율을 정할 때 '현재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복지부는 '평생 담배 5값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집계했다. 때문에 성인 흡연율 기준도 타 국가에 비해 어느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는 셈이다. OECD기준의 ‘매일’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면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흡연율이 집계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기준을 내세워 담뱃값을 인상하는 데 활용했다. 44%라는 흡연율을 내세우면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저렴한 수준의 담뱃값을 원인으로 꼽았다. 사실상 OECD국가와 비교해 저렴한 담뱃값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었지만.
예상은 했지만 결국 담뱃값 인상의 주목적이 다른 데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지난 2005년 담뱃값 500원 인상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할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떠올랐다. “담배는 서민이 이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담뱃값 인상이 세수확보가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하게 된 국민들은 또 한번 절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