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미래에셋캐피탈과 KDB캐피탈이 업종내에서의 비중과는 달리 그룹내에서 받는 대우가 판이하게 달라 주목된다. M&A가 서로 다른 운명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업계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미래에셋그룹에서는 지배구조상 핵심 위치를 차지해 그룹내외에서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KDB캐피탈은 업계 7위권이지만 KDB산은그룹에서 팔려나갈 신세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M&A에서 매각 불발된 KDB캐피탈을 올해 1분기내에 다시 매각할 계획이다.
KDB산은그룹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비금융계열사 뿐만 아니라 금융계열사들도 대부분 매각한다는 구도에서 지난해 KDB대우증권과 자산운용 등을 매각했지만 KDB캐피탈은 인수희망자가 한군데 밖에 나타나지 않아 매각이 불발됐다.
KDB캐피탈은 산은계열로서 양호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낮아 투자에서 유리한 입장을 유지해 양질의 자산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그 자산을 인수하는 쪽에서는 이전보다는 높아진 조달금리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질 것은 미리 예상되는 바 였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보면 여신전문업에 직접 관련된 자산은 약 3조6000억원대로 총자산 4조3000억원대의 약 83.7%를 차지한 KDB캐피탈은 동일업종에서 국내 7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KDB산은그룹내에서 있었기에 가능했던 메리트가 M&A매물화 되면서 오히려 짐이 되는 양상으로 향후 M&A에서 매각이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KDB산은그룹이 국책기관임을 고려하면 매각에서 복수의 인수희망자가 참가해야만 매각할 수 있는 국가계약법상 제한으로 한동안은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KDB산은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그룹은 모두 캐피탈회사를 하나씩 갖춘 상태이라서 복수의 KDB캐피탈 인수희망자가 나타날지 확실치 않다"면서 "그럼에도 그룹차원에서 매각이 결정된 상황이라 올해 1분기에도 매각절차를 다시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캐피탈과 달리 미래에셋캐피탈은 업종 관련 자산규모가 약 240억원대로 총자산 1조2000억원대의 2% 내외로 업종 고유성격은 약한 편이지만 그룹내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그룹의 지배구조상 박현주 회장과 그룹계열사를 연결하는 핵심 연결고리로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캐피탈사의 운명은 그룹의 전략에 따른 M&A가 서로 판이하게 갈라놓은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은 신기술투자에 집중하는 회사로서 자산구성을 보면 여전업의 성격이 그리 강하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보면 박현주 회장 지분 48.69%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78.3%인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19.01%)과 미래에셋증권(38.02%) 등 자회사 지분 약 88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자산의 70%가 넘는 수준.
박 회장에서 미래에셋캐피탈로 그리고 미래에셋캐피탈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보험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국내 금융 자회사 지분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어설 경우를 지주회사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의 이런 역할은 두고두고 이슈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간 미래에셋그룹은 캐피탈의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대차대조표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야성을 잃지 않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는다고 회장이 공언했지만 이번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지배구조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캐피탈의 지주사 전환 이슈와는 별개로 금융지주 이외의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의 중요성이 올라가고 있어 이에 대한 감독체계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런 맥락에서 향후 이슈의 중심에 있게 될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룹내에서 불투명한 매각전망으로 찬밥신세인 KDB캐피탈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미래에셋캐피탈의 운명. M&A가 갈라놓은 두 회사의 운명이 뚜렷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