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의 원유 증산 발표로 국제유가가 또 다시 하락하며 지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인 배럴당 2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리터당 1200원대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무한정 떨어지는 국제유가와 달리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더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두바이유)가 배럴당 10달러씩 떨어질때 주유소 판매가격은 평균 84원씩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정유사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10달러, 1달러로 떨어졌을때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 현황을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각각 1309.24원, 1223.84원, 1146.99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유가 1달러 시대가 와도 휘발유 판매가격은 1146원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국제유가 급락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내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휘발유 가격의 60%가량이 유류세다.
국내 휘발유 가격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국제석유가격에 유류세와 세금,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유류세를 포함한 세금이 약 61%, 국제 원유가격 30%, 정유사와 주유소 유통마진이 9%가량을 차지한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만큼 판매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 교육세(79.35원), 주행세(137.54원) 등으로 이뤄졌는데, 종량세이기 때문에 국제유가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745.89원으로 고정 부과된다. 또 1리터당 16원이 고정적으로 붙는 수입부과금도 있다.
이밖에 원유 도입시 관세청에 수입신고할 때 붙는 관세 3%와 석유제품 출고가격에 부가가치세 10%가 또 붙는다. 이렇다 보니 국제유가가 떨어질수록 세금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역구조를 띠게 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국제유가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유류세는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되고 있다"며 "휘발유 판매가격 가격중 유류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달부터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에 나섰다.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는 '휘발유 5만원을 주유하면 세금은 3만50원입니다'는 안내문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주유소협회는 유류세에 대한 카드가맹점 수수료까지 주유소가 부담하고 있다며 높은 유류세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정부는 유류세 인하 검토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앞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할 당시 유류세 인하 검토의 목소리 나왔으나 이번처럼 유가급락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